도쿄올림픽 맞춰 개봉해 눈총
“후쿠시마 안전해졌다고 묘사하나” 우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영화 '후쿠시마 50'(Fukushima 50)이 내년 개봉을 예고하자 국내에서는 영화가 원전 사고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020년 3월 개봉하는 ‘후쿠시마 50’은 일본 유명배우 사토 코이치, 와타나베 켄 등이 출연하는 대형 재난영화다. 지난 8일 제작사 카도카와는 유튜브 등을 통해 영화 예고편을 공개하고 “일본 영화 최고 스케일의 대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에서는 지진으로 원전 내 근로자들이 혼비백산 하는 모습부터 원전 1호기가 폭발하는 모습, 근로자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 순차적으로 그려졌다.
영화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폭발한 이후 최후까지 원전에 남아 있던 50명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사고 발생으로 750명이 철수했으나, 50명의 근로자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원전에서 사투를 벌여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1년간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량의 100배가 넘는 악조건 속에서 냉각수를 주입하고 원자로의 압력을 낮추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는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묘사하는 영웅담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영화가 후쿠시마원전 문제를 희석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50명의 근로자가 방사능 유출을 무사히 막아냈다는 메시지로 일본이 최근 불거진 방사능 오염수 방출 논란을 잠재우려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를 놓고 해양 방류의 필요성을 주장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사고 있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아직 피해자들이 버젓이 있는데 저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저런 태도라면 그동안 본인들이 가해자이면서도 한국에 대한 태도가 왜 이 모양인지 일관성 측면에서 이해가 간다”(미****)고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본인들조차 속으로는 원전 사태가 수습됐다고 생각 안 할 것”(용****), “부끄러운 역사를 미화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미화하나”(구****)“라고 꼬집었다.
영화 개봉 시점을 놓고도 따가운 눈총이 이어졌다. 제작사가 국제 여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영화를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16일 한 누리꾼은 “도쿄올림픽을 노리고 대대적으로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선전을 하려는 모양”(w****)이라고 비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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