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건관계자 단독 전화 인터뷰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A씨가 1994년 청주에서 발생한 처제 살인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당 사건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수사에 참여한 이모(60)씨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들어봤다. 이씨는 지난 6월 충북 한 경찰서에서 정년 퇴직했다.
-2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사건을 기억하는지.
“당시 청주서부경찰서 형사계 감식 담당자로 수사에 참여했다. 아주 또렷하지는 않지만 시신 유기 장소와 방식이 특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화성연쇄 살인범과 수법이 비슷하다는 말이 돌았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사건 개요는.
“1994년 1월 A(당시 30대)가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으로 처제(20)를 불러 주스에 수면제를 타 먹인 뒤 성폭행했다. 처제가 깨어나 울자 망치로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아들 유모차에 실어 1㎞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다 버렸다. 다음 날인가 철물점 주인이 물건을 덮어놓는 파란색 천막 안에서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는 1,2심에서 사형선고 받았다가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기징역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발견 당시 시신은.
“어린이나 여성들이 잠잘 때 안고 자는 대형 쿠션 안에 시신이 들어있었다. 검은 비닐로 얼굴을 싸고 그 위에 청바지를 뒤집어 씌워놓았던 것 같다. 피가 안 나도록 하려고 한 것 같았다. 당시 시신에서 질액을 채취해 국과수로 보냈다.”
-범행 동기는 밝혀졌나.
“A의 경제능력이 없어 부부간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한달 전쯤 부인이 집을 나갔다. 혼자 있던 이씨가 처제에게 빵 굽는 토스터기 줄 테니 놀러 오라고 꼬드겨서 집으로 부른 것으로 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사건 직후 곧바로 유력 용의자로 A를 붙잡았다. 그런데 처음과 달리 A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기 시작해 검찰 공소 유지에 제동이 걸렸다. 그래서 범행 입증할 단서를 찾으러 다시 현장탐문을 하다가 인근 주민으로부터 사건 당일 A집에서 새벽까지 물소리가 났다는 얘길 듣고 A집 욕실을 다시 찾았다. 정밀 조사를 하다가 세탁기를 고정시키기 위해 받침대 밑에 고여놓은 장판지 조각에서 희미한 혈흔을 발견했다. 거기서 피해자 유전자를 검출하는데 성공해 혐의 입증 자료로 썼다. 당시 유전자 검사가 활성화하지 않은 시기였는데, 충북에서 DNA를 결정적 증거로 채택한 첫 사례였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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