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합작품인 태양 관측용 망원경 ‘코로나 그래프’가 약 40㎞ 상공에서 코로나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개발한 코로나 그래프를 오는 2022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하려는 과학자들의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천문연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포트 섬너 지역에서 대형 연구용 풍선기구에 코로나 그래프를 실어 성층권까지 띄운 다음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관측했다고 19일 밝혔다. 2017년 착수한 이 코로나 그래프 개발은 한미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연구비를 투자했으며, NASA와의 첫 공식 연구개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총 176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코로나는 태양 표면에서 우주공간으로 뻗어 나가는 엷은 가스층을 말한다. 코로나 그래프는 개기일식 때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처럼 태양 본체의 빛을 막아 가장자리만 보이게 만들어 코로나를 상시 관찰할 수 있다. 코로나 그래프를 지상에 설치하면 대기 때문에 관측에 한계가 있어 한미 공동 연구진은 고(高)고도 성층권으로 띄워 올리기로 했다.
코로나 그래프를 우주로 올려 보내면 태양풍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태양풍은 코로나에서 방출된 수많은 입자들이 초속 약 400㎞로 지구로 날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풍의 밀도나 속도가 증가하면 지구 자기장이 변화해 지상의 전력 시스템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대규모 정전이나 통신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컴퓨터의 추정을 바탕으로 태양풍을 예측한다. 향후 코로나 그래프가 ISS로 올라가 우주에서 관측해 보내오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태양풍 예측의 정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의 온도는 100만~500만도로, 6,000도 정도인 태양 표면보다 훨씬 높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태양 내부 핵의 열이 순서대로 전달된다면 표면이 코로나보다 더 뜨거워야 한다.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이 현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코로나 그래프의 이번 관측 데이터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도 과학계의 큰 관심사다. 이번 데이터 분석을 완료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천문연에 따르면 NASA는 한국과의 우주용 코로나 그래프 개발 계획을 지난달 말 승인했다. 김연한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우주환경에서 운영하려면 일부 세부 장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2020~21년 우주용 코로나 그래프를 개발해 2022년 ISS에 설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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