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토 공격하면 ‘전면전’ 터질 것” 경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이란 제재에 돌입했다. 마지막 선택지인 전쟁까지 들먹이고 있지만 일단은 경제제재를 시작으로 점차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이란 역시 강력한 보복을 선언,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란 제재와 관련, “많은 옵션이 있다. 최후 옵션이 있고 덜한 옵션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후 옵션은 전쟁을 의미하지만 지금 그것에 관해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 무력사용은 배제됐음을 내비쳤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트위터에 “재무부 장관에게 이란 제재를 대폭 강화하도록 지시했다”는 글을 올려 추가 경제제재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세부 제재내용 공개 시점도 ‘48시간 이내’라고 못 박았다.
미 정부는 이란을 공격 주체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 제다 방문에 앞서 석유시설 피격 사건을 ‘전쟁 행위’로 규정한 뒤 “예멘 반군이 아닌 이란의 공격”이라며 “반군이 보유하지 않은 무기가 사용됐다고 우리 정보기관은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공격을 승인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가 사우디와 가까운 남서부 아흐바즈 공군기지에서 공격을 준비한 정황을 담은 위성사진이 존재한다”(CBS 방송) 등 이란 소행설을 입증하는 보도도 줄을 잇고 있다.
때문에 이란이 뼈아파 할 제재가 나와야 하나 미국이 쥔 카드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미 이란 기업과 선박, IRG, 개인 등을 망라한 674곳을 제재 목록에 올려 놓고 있다. 미 싱크탱크 퀸시인스티튜트의 트리타 파르시 부대표는 “이란이 충격받을 만한 내용이라면 벌써 시행하지 않았겠느냐”며 추가 제재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줄곧 공격 연루설을 부인해 온 이란도 ‘강대강’ 응징을 천명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9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사우디의 이란 공격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냐’는 질문에 즉각 “전면전”이라고 답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도 “이란 영토에 대한 어떤 공격이라도 신속하고 파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을 자처한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 역시 “두바이, 아부다비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수십 개 도시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UAE가 사우디 주도의 아랍동맹군에 참여한 만큼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확전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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