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클럽 버닝썬 스캔들’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총장’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던 윤모(50) 총경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진했고, 이것은 윤 총경이 조국(54)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근무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승대)는 지난 6월말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송치한 버닝썬 관련 사건들을 보강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역삼동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계기로 반년간 수사를 벌여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붙여 검찰에 넘겼다. 윤 총경에게도 승리가 운영하던 클럽에 대한 수사 내용을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들을 통해 알아봐준 문제로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중점적으로 보는 건 경찰의 수사 방향이다. 원래 수사 대상은 버닝썬 폭행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강남경찰서와 클럽간 유착 의혹이었다. 하지만 승리가 클럽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뒤 성접대 관련 메시지나 각종 불법 촬영물이 가수 정준영의 휴대폰에서 나온 자료임이 드러났다. 정준영의 ‘황금폰’ 의혹이 터지면서 이후 경찰 수사는 정준영과 승리에 이어 최종훈(29), 로이킴(26ㆍ본명 김상우), 에디킴(29ㆍ본명 김정환) 등 가수들을 향했다.
검찰은 이런 수사 방향 전환이 ‘윤 총경의 등장’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총경은 2017년 7월부터 약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 장관 아래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 기간 동안 승리의 동업자 유인석(34) 전 유리홀딩스 대표로부터 수 차례 골프, 식사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접대 비용이 총 268만원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서 규정한 형사 처벌의 상한선(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또 대가성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뇌물죄도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에서는 이런 수사 결과가 부실하다고 여기고 있다. 윤 총경과 조 장관의 친분 때문에 경찰이 몸을 사린 것이라 본다. 버닝썬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윤 총경이 민갑룡 경찰청장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저녁 자리를 주선한 것 또한 자신에 대한 수사를 피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버닝썬 스캔들과 ‘황금폰’ 사건은 직접 관련이 없는데 경찰 수사가 황금폰 쪽으로 쏠렸고 그 사이 버닝썬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은 검찰이 지난 19일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 전 대표인 정모(45)씨를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한 데서 드러난다. 정씨는 윤 총경에게 유 전 유리홀딩스 대표를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더구나 정씨는 조 장관의 가족 펀드 의혹에 등장하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업체 더블유에프엠(WFM)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적도 있다. 검찰이 정씨 구속을 시작으로 윤 총경의 혐의를 추가로 밝혀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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