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주력 모델이자 브랜드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3 시리즈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기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4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만나게 됐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4 시리즈의 엔트리 사양이라 할 수 있는 BMW 420d 그란쿠페(럭셔리 라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4 시리즈 특유의 날렵한 실루엣과 4도어 쿠페, 앞트임의 헤드라이트는 여전히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새로운 3 시리즈가 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4 시리즈의 데뷔 또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새로운 세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420d 그란쿠페와 4 시리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참고로 BMW는 4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듯 더욱 합리적인 패키징을 갖춘 4 시리즈 그란쿠페의 ‘스페셜 에디션’을 최근 선보인 상태다. 5천만원대의 가격 벽을 허문 4 시리즈 그란쿠페 SE와 기존의 그란쿠페들은 어느새 ‘소비자들의 마지막 선택’을 받으려 한다.
단정히 드러나는 날렵한 4도어 쿠페의 감성
BMW 420d 그란쿠페는 말 그대로 단정하면서도 날렵한 4도어 쿠페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4,640mm의 전장과 각각 1,825mm와 1,375mm의 넓고 낮은 전폭과 전고는 4 시리즈 쿠페 고유의 날렵한 프로포션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모습이다.
현행의 G20 3 시리즈에 비하면 날렵하면서도 안정된 비례를 가진 키드니 그릴과 특유의 앞트임 헤드라이트는 하단의 바디킷과 대칭되는 듯한 실루엣을 통해 전체적인 균형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고성능 및 스포츠 사양이 아님에도 쿠페를 기반으로 한 만큼 더욱 대담하고 공격적인 프로포션 및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강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흔히 알고 있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아닌 럭셔리 라인 사양으로서 전체적으로 담백하면서도, 프론트 바디킷 하단에 큼직한 크롬 가니시를 더해 전체적인 심미성을 높이는 모습이다.
측면에서는 앞서 설명한 낮은 전고와 전장 대비 무척이나 긴 2,810mm의 휠베이스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덧붙여 세단과 쿠페의 경계에 있고, 또 루프라인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길고 유려하게 이어진 실루엣이 한 번 더 눈길을 끌어 4도어 쿠페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네 바퀴에는 그 사이즈 자체는 크지 않지만 굵고 얇은 스포크가 가득한 알로이 휠이 자리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기존의 3 시리즈와 4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특유의 볼륨감이 돋보이는 바디킷, 그리고 작게 자리한 머플러 팁을 볼 수 있다. G20의 얇고 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보다는 이쪽이 조금 더 취향에 맞고, BMW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 그리고 스포티한 공간
외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BMW 420d 그란쿠페는 기존의 3 시리즈와 4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인테리어 디자인 기조 및 구성을 고스란히 따르는 모습이다. 덕분에 익숙하면서도 깔끔한 특유의 구성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다.
실제 운전자를 향해 살짝 기울여진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물론이고 BMW 엔트리 트림에 적용된 깔끔한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 그리고 특유의 디테일이 담긴 패들시프트 등까지 그 동안 자주 보았던 3 시리즈, 4 시리즈의 감성이 새삼스럽게 드러난다.
대신 디스플레이 패널로 구성된 계기판은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컬러 및 디자인 테마를 바꾸며 시각적인 집중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소재 및 마감이 탁월한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BMW 고유의 감성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데뷔한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르고, 또 기본 트림인 만큼 차량이 갖고 있는 고급스러움이 드라마틱한 정체성이 다소 흐리게 보이는 점이었다.
실내 공간은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전장 대비 휠베이스는 긴 편이지만 낮은 드라이빙 포지션 및 낮고 날렵한 루프 라인 등을 마련하며 공간의 여유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시트 덕에 착좌 시의 만족감이 높으며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다.
2열 공간 역시 유사하다. 1열 공간과 같이 낮은 전고, 그리고 드라이빙 포지션을 위해 위치가 조절된 1열 시트로 인해 열 공간의 레그룸이나 헤드룸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체격이 작은 이들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의 공간이 확보된다. 다만 실내를 채우는 사운드 시스템은 정말 아쉬웠다.
한편 적재 공간은 그란쿠페의 이점이 확실히 살아난다. 일반적인 세단에 적용되는 트렁크 게이트가 아닌 길쭉한 해치를 들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넉넉한 적재 공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공간의 형태도 깔끔하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에 대한 만족감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외에도 2열 시트의 폴딩 기능 또한 빠지지 않는 매력이다.
주행과 합리성의 균형을 맞추다
BMW 420d 그란쿠페의 보닛 아래에는 주행 성능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효율성에 대한 만족감을 이뤄내는 파워트레인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19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는 2.0L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변속기가 조합되어 후륜으로 출력을 전한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주행의 만족감을 높이는 건 물론이고 14.4km/L의 복합 연비를 확보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참고로 도심과 고속연비는 각각 13.0km/L와 16.6km/L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루기 좋고, 즐기기 쉬운 BMW
BMW 420d 그란쿠페와의 본격적인 드라이빙을 시작하기 전 시트 포지션을 맞췄다.
확실히 낮게 구현된 드라이빙 포지션이 만족감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시트 자체의 만족감도 준수했다. 다만 차량의 형태 상 전방 및 측면, 그리고 후방 시야가 살짝 제한되어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제법 느껴졌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수준급의 정숙성을 느낄 수 있다. 소음은 물론이고 진동에 대한 대비가 확실한 덕인지, 조금 둔감한 사람은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을 쉽게 구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낮은 RPM에서 발산되는 제법 두터운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워낙 낮은 RPM부터 토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저속까지 이어지는 가속력이나 토크감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엔진 자체의 반응성도 우수한 편이다.
덕분에 일상적인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의 가속, 그리고 산길이나 고갯길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확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절대적인 수준에서 190마력과 40.8kg.m의 토크가 결코 뒤쳐지는 성능이 아니기 때문에 그 만족감은 더욱 높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젤 엔진 특유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여느 디젤이 그렇듯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지 못하는 점, 그리고 고회전에서는 그 힘이 쳐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점 등이 BMW 420d 그란쿠페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디젤 엔진 전체의 공통된 특성이라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
8단 스포츠 변속기는 군더더기 없다. 기본적인 상황에서의 전개되는 변속 속도나 변속 시의 부드러움 등에서 지적 받을 이유가 전혀 없으며 다루기 좋은 패들시프트 덕에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가 원하는 변속 타이밍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단화 부분에서도 확실한 이점이 있어 높은 효율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4 시리즈와 4 시리즈 그란쿠페들이 부분변경 모델, 즉 ‘LCI’ 모델을 선보이며 하체의 셋업을 다소 단단하게 조율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BMW에 비하자면 여전히 여유롭고 나긋한 모습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편이지만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이나 조향에 대한 피드백들이 무척이나 상냥하고 나긋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그 누구라도 420d 그란쿠페의 스티어링 휠을 쥘 수 있고, 차량의 특성에 대한 고민 없이도 그저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전의 4 시리즈와 4 시리즈 그란쿠페보다 단단해졌다는 하체 셋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견고하고 스포티한 하체를 더했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420d 그란쿠페를 구매한 후에 타이어를 조금 더 주행 성능 지향의 제품으로 바꾸는 것도 그 매력을 조금 더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됐다.
좋은점: 다루기 좋고,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4도어 쿠페
아쉬운점: 지울 수 없는 ‘끝물’의 존재감
새로운 시대의 4 시리즈 그란쿠페를 기다리며..
무척 오랜만에 만난 4 시리즈 그란쿠페는 여전히 다루기 좋고, 편안한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디자인의 소유자라 생각됐다. 물론 이제는 과거의 존재라는 느낌, 그리고 새로운 4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당장의 구매’를 쉽게 권하기엔 조금 난감함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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