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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작아지니 ‘공유 창고’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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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작아지니 ‘공유 창고’ 뜬다

입력
2019.09.23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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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체 '다락'의 모습. 모든 시스템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다락 제공
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체 '다락'의 모습. 모든 시스템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다락 제공

조던11 콩코드, 조던6 인프라레드, 조던4 쿨그레이, 조던11 캡앤가운, 에어포스1 시리즈….

공기업에 다니는 심동은(39)씨의 집 신발장에는 스무 켤레 넘는 운동화가 있다. 그는 한정판 운동화 마니아다. 나이키의 조던11 콩코드가 출시됐을 때 영하 15도의 강추위 속에 밤 10시부터 줄을 서서 다음 날 오전 10시에 구매할 정도다. 오는 12월 조던11 시리즈 중 최고 인기 모델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심씨는 기대에 부풀어있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크다. 신발장에 더 이상 운동화를 놓을 자리도 없는 데다 갈수록 아내 핀잔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심씨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셀프 스토리지’라 불리는 ‘공유 창고’다. 주거공간의 ‘외장하드’라 불리는 공유 창고는 원하는 공간에 필요한 기간만큼 물건을 맡길 수 있다. 쾌적한 주거 공간을 갖고 싶지만 집값 폭등으로 넓은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과 도심 지역의 1인 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공유 창고가 뜨고 있다.

예전에도 보관 창고가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개인 이삿짐 등을 맡아 주는 용도였다. 요즘 공유 창고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고가의 밍크코트 등도 마음 놓고 보관할 수 있도록 물건에 맞는 온도와 습도 등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직접 와서 물건을 받아가 보관한 뒤 원할 때 다시 갖다 주는 ‘찾아가는 짐 보관 서비스’도 가능하다. 보관 기간은 짧게는 보름이나 한 달부터 길게는 1년 이상 가능하며 요금은 물건의 부피와 기간에 따라 수 만원에서 수 십 만원까지 다양하다.

다락은 고객이 원할 경우 피규어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준다. 다락 제공
다락은 고객이 원할 경우 피규어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준다. 다락 제공

대표적인 국내 공유 창고 업체인 ‘다락’의 누적 고객은 1만명. 주 고객층은 30,40대이며, 고객 중 개인과 법인의 비중은 7대 3이다. 보관 물품은 겨울 의류 비중이 높다. 그 밖에 도서, 법인의 의무보관 문서 등이 많다. 요즘에는 취미용품 등을 보관하기 위해 공유 창고를 찾는 사람도 많다. 홍우태 다락 대표는 “피규어나 대형 오디오 장비 등을 보관하려는 남성, 옷이 너무 많아 장롱에 둘 수 없는 여성 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락은 자신만의 수집품을 감상하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해 전시 공간도 제공한다. 연예인 팬클럽들이 ‘굿즈’를 제작해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국내 공유 창고 시장은 50억원 규모로, 40조원의 미국, 7,000억원의 일본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찾아가는 짐 보관 서비스’를 시작한 ‘오호’의 어재혁 대표는 “국내 공유 창고 시장은 2년 안에 20배 성장해 2021년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셀프스토리지 협회(SSAA)는 2016년 말 보고서에서 향후 투자 유망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서울 강남ㆍ서초ㆍ마포구 등에 8개의 지점을 둔 다락은 내년 초까지 10~15개로 지점을 늘리고, 특히 수도권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호도 현재 6개인 지점을 연말까지 10개로 늘릴 예정이다. 다락과 오호 외에 싱가포르계 업체인 ‘엑스트라 스페이스’ 등 외국 업체도 국내에서 영업 중이다.

최근에는 홈플러스가 경기 고양시에 ‘더 스토리지 일산점’을 열었고 현대오일뱅크도 ‘오호’와 제휴해 서울 사당셀프주유소에 ‘셀프스토리지 1호점’을 개점하는 등 대기업들도 유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공유 창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체 오호의 지점(창고) 모습. 오호 제공
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체 오호의 지점(창고) 모습. 오호 제공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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