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349명 거주지 보니…
집주인 ‘난 임대료만 받을 뿐’ 몰랐다고 하면 처벌 피해… 몰수ㆍ추징 강화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권모(73)씨가 2004년부터 소유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L오피스텔 201X호에서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 넘게 성매매 영업이 이루어졌다. 권씨에게서 오피스텔을 임차한 최모씨는 이 오피스텔 외에도 8개 호실을 빌려 성매매 장소로 사용했고, 성매매 알선ㆍ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ㆍ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해 유죄를 선고 받았다. 권씨는 15개월동안 성매매 수익을 임대료로 받은 셈이다.
한국일보는 1년간의 서울 지역 오피스텔 성매매 알선업자 판결문(지난해 7월~올해 6월 서울 5개 법원에서 선고)을 전수 조사해 성매매 오피스텔 378개를 파악했다. 이 곳의 등기부등본을 통해 회사 소유 등을 제외한 349명의 소유주를 찾을 수 있었다. 이중 서울 거주자가 2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서도 강남3구를 주소지로 둔 비중이 26.9%(94명)로 전체 4분의1 이상을 차지했다. 강남3구에서도 강남구(43명), 서초구(31명), 송파구(20명)순으로 많았다.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는 권모(45)씨는 2016년 최모(79)씨에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 L오피스텔 150X호를 증여받았다.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두 번이나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적발됐다. 지난해 3월 권씨에게 해당 호실을 임차한 최모씨는 이곳을 온라인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백마천국’이라는 상호까지 붙여 홍보하며 성매매 업소로 사용했다. 그는 경찰에 적발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112만원을 선고받았다. 뒤이어 성매매 알선업자 정모씨와 성모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권씨의 오피스텔을 성매매 업소로 사용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개의 오피스텔이 성매매 업소로 사용된 경우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단독주택에 사는 서모(43)씨가 2011년부터 소유하고 있는 역삼동 M오피스텔 4개 호실이 지난해 7월부터 8월 사이 성매매 업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성매매 수익을 임대료로 받지만 집주인은 정작 자기 소유 오피스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서울에서 성매매가 가장 많이 적발된 오피스텔 중 하나인 대치동 L오피스텔의 관리소장은 “보통 집주인이 관리 업무를 부동산에 맡겨놓고 임대차 업무를 부동산이 대행하다 보니 집주인은 전혀 세입자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계약할 때 조차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얼굴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역시 성매매 업소를 추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관리소장은 “집에 하자가 생겨도 성매매 업소들은 관리실에 연락하지 않는다”며 “나중에 이사갈 때 버리는 집기를 보고 성매매 업소였구나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지 그 전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도 엄연히 처벌대상이다. 하지만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나는 몰랐다’라며 빠져나가기 일쑤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법안을 만들 때 원안에는 ‘사실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없었지만 법무부 등에서 그 단서조항을 넣었다”고 지적하고 “경찰이 지속적으로 단속해서 건물주에게 공지해야 하며 건물주의 성매매 수익에 대해서도 몰수ㆍ추징을 하고 건물주, 토지주 처벌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이진희기자 river@hankookilbo.com
이정원ㆍ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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