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관 출근 20여분 후 개시…취재진ㆍ주민 수십명 몰리기도… 조 장관 소란 피해 퇴근 늦춰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검찰 업무를 관장하는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 앞은 온종일 들끓었다.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등의 강제처분)가 이뤄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99년 5월 김태정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부인 연정희씨의 옷로비 의혹에 연루돼 취임 15일 만에 물러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 때도 김 전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감안해선지 검찰 수사팀은 조 장관이 출근한 뒤 압수수색을 시작해 퇴근 전에 압수수색을 끝냈다. 수사팀과 조 장관의 어색한 만남은 피한 것이다.
이날 검찰 수사팀은 오전 8시 30분부터 아파트 주차장에 미리 승합차를 세워둔 채 대기했다. 오전 8시 37분 조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자, 검사와 수사관 등 3명은 9시 정각에 조 장관의 집을 찾았다. 9시 15분쯤 수사팀 3명, 오후 4시쯤 1명이 충원되는 등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는 총 7명이 동원됐다.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개시한 당시, 자택에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들이 있었다고 한다. 조 장관 가족은 검찰이 하드디스크와 관련 문건 등을 확보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면서 취재진과 함께 인근 주민 수십 명이 모여들어 조 장관의 자택을 에워싸는 풍경이 연출됐다. 조 장관을 응원하는 시민들은 현장을 지켜보면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며 불만을 표했고, 조 장관에 항의하는 보수 유튜버 등은 팻말을 들고 그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들 중 일부는 경비원과 마찰을 빚어 소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모르고 출근했던 조 장관은 이날 별도 일정 없이 법무부 청사 안에 머물렀다. 소식을 접한 후에는 점심 식사도 밖에 나가지 않고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등 집무실과 회의실 외엔 외부에 나서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마음이 좋지 않겠지만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총 2박스 분량 자료를 압수한 수사팀은 그가 자택으로 귀가하기 전인 오후 7시 55분쯤 철수했다.
하루 종일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무엇 때문에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압수수색이 이뤄졌는지 그 이유에 대해 무성한 추측이 나돌았다.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정 교수 등 조 장관 일가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그만큼 비협조적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조 장관은 오후 6시 30분쯤 법무부 청사를 나섰지만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 압수수색 중인 검찰 수사관, 이를 취재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몰려든 취재진, 찬반으로 갈려 제 나름의 주장을 펼치는 시민들을 피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이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후 10시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없이 집으로 들어간 조 장관은 그렇게 긴 하루를 끝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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