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최근 태풍 ‘링링’ 피해를 입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건물 보수를 위해 힘을 모았다. 올해 초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냉랭했던 JSA의 분위기가 간만에 누그러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태풍이 의도치 않은 훈풍을 몰고 온 셈이다.
유엔사는 이달 20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태풍 링링으로 생긴 JSA 내 경미한 피해를 복구하느라 바빴다. 비무장지대(DMZ) 근무하는 북한 요원들의 참여와 협력이 이뤄지는 기회가 됐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이 작업은 남ㆍ북한군과 유엔사의 적극적인 연결 고리로서 JSA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유엔사는 운동복과 작업복 등을 걸친 북측 작업 인력이 지붕을 보수하는 모습 등을 촬영한 사진도 올렸다.
북한 인력 10여명은 12일부터 사흘간 유엔사 승인을 받아 JSA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며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건물 지붕 등을 보수했다. 이들은 링링이 몰고 온 강풍으로 파손된 비중 양철판을 새 것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관계자는 “유엔사와 북측이 태풍 피해 보수 작업의 필요성을 인지한 이후, 11일부터 전화 통화와 대면 소통을 통해 작업 계획과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남북한과 유엔사가 JSA 시설물 보수를 함께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우리 정부의 쌀 지원이나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협력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이 유엔사에 협조를 구하고 작업을 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은 미군이 주축인 유엔사의 위상과 역할을 부정해 왔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9ㆍ19 군사합의 이후 긴장이 완화된 것을 보여 준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군 당국과 유엔사는 지난해 10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JSA 내 지뢰 제거와 초소ㆍ화기 철수, 상호 공동 현장 검증 등 JSA 비무장화 조치를 완료했다. 다만 JSA 내에서 근무하는 남ㆍ북ㆍ유엔사 3자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행동수칙을 도출하기로 데 대해선 북한이 “9ㆍ19 군사합의는 남북이 이룬 성과이므로 유엔사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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