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는 깨끗한 물과 공기 신봉하는 사람”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세계 정상에 경고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각국 정상들과 시민사회 지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열렸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당초 불참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을 들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도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분 정도 자리를 지킨 뒤 같은 건물에서 열리는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한 국제적 요구’ 행사 주재를 위해 회의장을 떴다.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2021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시행을 앞두고 각 국가와 민간 부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 강화 계획을 발표,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론은 사기”라며 불신을 드러내왔다. 2017년 6월에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해 이 문제에서 ‘지구촌 왕따’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등장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크게 신봉하는 사람이고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들은 스스로 해야 한다. 아주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은 한 발짝의 진전”이라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각국 정상들의 면전에서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연설을 통해 “당신들 지도자들은 우리 모두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며 “공허한 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아갔다”고 지적했다. 또 “대서양 건너 학교에 앉아있어야 할 나를 당신들이 여기에 오게 만들고는 경제성장과 돈 얘기밖에 하지 않는다”면서 “젊은이들의 미래를 짓밟는 배신을 계속 저지른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계 지도자들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단결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기상이변 등을 거론한 뒤 “성난 자연이 분노로 반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긴급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0)로 줄이는 ‘탄소중립’을 위해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문명의 도전에 직면해있다”면서 “상황이 좋지 않고 지구가 고통받고 있지만 기회의 창은 열려있고 여전히 대응할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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