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서 정당화·최적화 원칙 강조한 엄재식 원안위원장… 캐나다·중국 등 긍정적 반응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원리나 과학적 근거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에 앞서 ‘정당화의 원칙’과 ‘최적화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6~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를 통해 이 같은 점을 회원국들에게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당화의 원칙과 최적화의 원칙은 ‘선량한도의 원칙’과 함께 IAEA를 중심으로 한 국제 원자력계의 방사선 방호 3대 기본 원칙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이 3대 원칙은 통상적인 원전 건설과 운영 상황이 아니라 후쿠시마 사고처럼 특수한 상황에 적용된다.
방사능 오염수를 비롯한 방사성 폐기물이나 오염물 처리의 경우 방사선 피폭선량이 배출 제한치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선량한도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정당화와 최적화의 원칙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엄 위원장이 IAEA에 전달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정당화의 원칙은 오염물에 대한 해당 처분이 충분히 정당한지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고, 최적화의 원칙은 환경이나 건강 위해가 가장 낮은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엄 위원장은 “일본 측이 정당화와 최적화의 원칙을 검토하며 오염수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건지 (IAEA를 통해) 의구심을 제기했다”며 “이 3대 원칙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 일본 측은 국제사회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가능성을 언급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방안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한 배출 제한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논리에 앞서 정당화, 최적화 원칙에 기반한 정책 결정으로 인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IAEA는 원자력 안전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만드는 국제기구이긴 하지만, 일본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원안위의 이 같은 주장이 회원국들이나 일본 측에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원안위 측은 IAEA 총회에 이어 현지에서 일본과 중국, 캐나다 등 6개국과 잇따라 가진양자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적잖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캐나다와 중국이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엄 위원장과 동행한 김성수 기획조정관은 “캐나다 원자력 규제기관은 한국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를 적절한 시기에 제기했다고 평가했고, 중국 규제당국인 환경부도 적극적으로 공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열리는 한중일 원자력안전 고위규제자회의에서 중국과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조정관은 덧붙였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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