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와 회담 전엔 “노벨상 공평하다면 내가 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65분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독차지하는 등 결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에선 “나는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며 세계평화를 위해 정상들이 집결한 유엔총회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실적을 선전하는 무대로 활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전 진행된 모두발언과 기자회견 중 트럼프 대통령은 4분여 동안의 질의 \응답을 사실상 독식했다. 기자들이 두 정상에게 던진 17개 질문 가운데 문 대통령이 제대로 답변할 기회를 잡은 것은 한 개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향한 질문마저 가로챘다.
한 기자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우려하는지 문 대통령의 의견을 듣고 싶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당신(트럼프)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발사를 중단하라 말하기 바라는지 궁금하다’고 문 대통령을 답변자로 지목했지만, 입을 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뜸 “김정은 위원장과 (미사일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솔직히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규제, 중동 이슈 등 한미 정상회담과 관계없는 질문에 충실히 답하는 상황을 이어가기도 했다. 파트너인 문 대통령은 안중에 없는 행동이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 회견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4월 11일 백악관 한미정상회담 당시에도 모두발언 중 진행된 질의응답을 트럼프 대통령이 몽땅 차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노벨위원회가 공평하게 수여한다면 나는 많은 일과 관련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자신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은 불공평하다는 오랜 불만을 또 한번 노골적으로 토로하며 은근히 노벨평화상 후보로 자천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근거로 거론했다. 그는 “그들(노벨위원회)은 그(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곧바로 노벨상을 줬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왜 상을 탔는지 알지 못했고, 그것이 내가 그와 유일하게 의견 일치를 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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