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은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따가운 질책을 들어야 했다. 툰베리는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앗아갔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는 장기적으로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낮출 확률을 50%로 설정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미래세대)는 나머지 50%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한 50% 감축은 2010년 전 세계 배출량이 기준이고, 온도 1.5도 상승의 기준은 산업혁명 이전(1850~1990년) 평균기온으로,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혁명 이전보다 1.1도가량 상승한 데다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같은 자리에서 연설을 했지만 툰베리와 국제사회의 눈높이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문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는데, 환경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2020~2040년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20년 배출 전망치(BAUㆍ추가 감축 조치가 없을 경우를 가정한 미래 배출량) 대비 37% 감축’이 목표다. 이는 2016년 공언한 목표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주요국들은 2010년 배출량이 기준인데 우리나라는 미래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는 눈속임을 한 것이다. 그나마 목표치는 한번도 달성하지 못한 채 배출량만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소극적 대처 탓에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 세계 4위로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에 일제히 “실망”이란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정부의 소극적 자세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적극적인 환경 정책이 부담이 될 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경제적 피해가 급증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4도 상승하면 80년에 걸쳐 23조달러(약 2경7,460조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한다는 조사도 있다. 친환경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유지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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