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판정’ 파주ㆍ김포 가보니, 길목 통제ㆍ방역車 곳곳 소독
두 지역서 3만여 마리 살처분… 경기 남부도 축제 취소 등 긴장
“밤낮없이 뿌려대면 뭐합니까. 보란 듯이 또 발생하는데...”
24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 파주시 A돼지사육농가 인근에서 만난 이 마을 주민 이모(72)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돼지열병이 자꾸만 퍼져 마을 주민들이 이젠 무서워서 바깥출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어수선한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찾은 A농가 길목은 철저하게 차단됐다. 경찰이 농장 도로 500여m 앞에서 노란색 통제선을 쳐 놓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먼발치에서 확인한 A농가 주변은 긴장감 속에 바쁘게 돌아갔다. 방역 차량이 농장 곳곳에 연신 소독약을 뿌려댔고,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은 예방적 살처분 작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새벽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난 이 농가는 돼지 2,3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전날 오후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김포시 통진읍 B양돈농장도 이날 오전부터 긴급 비상방역활동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농장 입구에선 방역 관계자들이 주민과 취재진 접근을 막아 섰다. 이들 옆으로는 방역용 생석회 포대가 어른 가슴 높이까지 쌓여있었다.
이들 농장은 지난 17일 국내 처음으로 돼지열병이 확진된 파주 연다산동 농가에 이어 세 번째, 네 번째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 파주에는 일주일새 두 개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고 단계의 방역 망이 뚫리고 한강이남지역인 김포까지 저지선이 무너지자, 양돈 농가들은 당혹해 하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파주 법원읍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이윤상씨는 “방역에 온 힘을 기울였는데, 돼지열병이 재발해 더 이상 버틸 힘도 없다”며 “이러다간 방역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포시 관계자도 “김포 양돈농가는 지난해 3월 국내 처음으로 돼지 A형 구제역이 발생해 대량 살처분을 한 악몽이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해 더 많이 침통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이날 A농가와 그 주변 농가에서 사육중인 돼지 2만9,700여마리의 살처분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일일 14시간 2교대로 운영하던 관내 통제초소 12곳(적성ㆍ파평면)을 24시간 3교대로 운영체제를 강화했다. 현재 파주에는 거점소독시설과 통제초소 70곳이 가동 중이다. 김포시도 B농장과 반경 3㎞ 이내 다른 농장 4곳에서 키우는 돼지 3,380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진행하고 차단 방역체계를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김포와 가까운 인천 강화군 농장에서도 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나왔다. 강화군 송해면에서 돼지 400마리를 사육 중인 이 농장에선 이날 살처분 조치와 함께 원인 파악을 위한 역학 조사가 진행됐다. 강화군은 파주시 연천군 김포시 포천시 동두천시 철원군 등 정부가 18일 정한 6개 중점관리지역에 속하지 않는 곳이다.
파주ㆍ김포시 관계자는 “돼지열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하루빨리 종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차단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발생하던 돼지열병이 남부지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안성시 바우덕이 축제, 이천 시민의 날, 용인 시민의 날 등 경기 지역 지자체들이 잇따라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도도 이날 도내 유입 차단을 위해 기동 순회 점검반을 긴급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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