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한 소독약 실제 바이러스 사멸하는지 애매” 지적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최고 수준의 방역체계가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농가에선 소독약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인증을 받지 못한 소독약의 효과도 의문시 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 서산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최상락 대한한돈협회 충남도협의회장은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규모가 열악한 농가에 소독약이나 장비 지원이 이뤄지면 좋을 텐데 전국 상황이다 보니 농가별로 다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역 당국은 24일 정오에 발령했던 48시간 돼지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28일 정오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전날 인천 강화군에서 여섯 번째 돼지열병 감염이 확인됐고,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를 중심으로 감염 의심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양돈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돼지 분뇨 저장탱크 포화가 큰 문제다. 최 회장은 “규모가 작고 (돼지열병 감염이) 발생하기 전에 (탱크가) 많이 차 있던 농가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소독약 희석 비율이다. 일부 매체는 소독약 희석 비율에 따라 방역 효과에 큰 차이를 보이는데, 방역 요원들이 상당수 제품의 효과적인 희석 비율을 모른 채 무작정 살포해 효과가 의문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선우선영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 프로그램 인터뷰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업체 소독제는 1개, 국내 허가 2개, 수출용 허가 1개 제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의 (소독제에 대한) 부분은 OIE(국제수역사무국), FAO(유엔식량농업기구) 권장 농도에 맞춰 소독 희석 배수를 (제조사가) 제시해준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바이러스를 사멸하는지 실험이 됐는지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방역 행동 지침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는지 방역당국은 관리감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우 교수는 “지금 국내에 있는 매뉴얼을 따라서 한다면 바이러스가 옷, 신발에 묻어 있는 걸 충분히 소독하고 (농장, 감염지역 밖으로) 나가니까 바이러스를 갖고 나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제대로 안 된다면 또한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 의심 농장의 경우 최대한 빨리 신고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최상락 회장은 “감염이 많이 된 상태에서 신고해 매몰 처분이 되면 농장 주변에 바이러스가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재입식까지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면서 “많이 감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치가 이뤄져야 농가도 유리하고 국가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당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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