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 상세설계 검토 회의 마쳐… “軍 요구 조건 모두 반영 확인”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시제기 제작 단계로 진입한다.
방위사업청은 24일부터 3일간 실시한 한국형 전투기 ‘상세설계 검토’(CDR) 회의를 통해 군 요구 조건을 설계에 모두 반영하고 시제기 제작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CDR은 체계 및 기능 요구 조건이 규격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비용ㆍ일정ㆍ위험 범위 안에서 시제기 제작 등이 가능한지 공식 확인하는 절차다. 방사청은 “공군을 포함한 정부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들이 약 390종의 기술자료를 검토해 군의 요구사항이 설계에 적절히 반영돼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관하는 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 사업은 2016년 1월 개발이 시작돼 2018년 6월 기본설계가 완료됐다. 현재 세부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상세설계가 마무리됐고, 주요 계통 모델의 최신화, 분야별 설계와 해석 등으로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해왔다. 이날 결정으로 2021년 상반기를 목표로 시제기 제작에 돌입한다. 방사청은 2022년 상반기 초도 비행시험을 시작해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날 결정으로 기술이전 문제 등으로 잡음이 일었던 KF-X 사업이 제대로 안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초기 우리 정부가 차세대 주력 전투기 선정 과정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는 대가로 KF-X에 적용할 21가지 기술을 이전 받기로 했지만 2015년 제조사인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4개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 정부는 기술 이전과 관련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우리 정부는 결국 핵심 기술을 국내 개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획득 및 추적장비(EO TGP), 통합 전자전 장비(EW Suite), AESA 레이다를 자체 개발했다. IRST, EO TGP, EW Suite 모두 상세설계 검토를 마치고 시제품 제작을 진행 중이고, 비행기의 눈인 AESA 레이다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 개발해 올해 5월 상세설계 검토를 마치고 내년 하반기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 문제가 해결되자 공동개발국으로 참여한 인도네시아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8조 7,000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ㆍ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 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48대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사정을 이유로 2017년 하반기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루더니 지난해 분담금 1,987억원과 2019년 상반기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전 받는 기술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측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한-인도네시아는 분담금 부담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기술 이전과 인도네시아 문제 등이 해결돼 시제기가 성공적으로 시험을 통과할 경우 국산 전투기 개발의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사청은 다음 달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실물 크기의 한국형 전투기 모형을 전시할 예정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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