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거취 불변’ 못 박아… 검찰 개혁 앞세워 정국 돌파 의지
‘검사와 통화’ 논란 진화 포석도… 曺 “죽을 힘 다해 내딛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에서 돌아온 지 하루만인 27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는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담겼다. 특수부 검사들이 대거 동원됐고, 11시간에 걸친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등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고, 피의사실공표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 대해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조 장관의 거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이 시점에 분명히 못박아, 조국 사태 장기화로 국정동력이 훼손되는 것을 경계했다. 검찰개혁을 앞세워 야당과 검찰에 포위된 정국을 정면 돌파하며 정국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윤석열호(號) 검찰’의 수사 과정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지난달 27일부터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할 때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지 하루만인 지난 23일 조 장관 자택에 대한 11시간 압수수색이 ‘역린’을 건드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수사는 요란한데, 정작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 내에선 검찰이 조 장관 망신주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조 장관에게 다시 힘을 실어준 건 강도 높은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조 장관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고 밝힌 자신의 결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조 장관도 이날 공개된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죽을 힘을 다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딛겠다”,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이다” 등 수 차례 검찰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진행됐다.
전날 조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외압 논란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권에선 검찰이 과잉·장기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작정하고 야당에 통화 사실을 흘렸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강기정 정무수석 역시 전날 한 기조강연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고 말해,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강 수석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가 “청와대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을 정도로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야권의 비판에 코너에 몰려 더불어민주당이 ‘피의사실공표 논란’ ‘검찰과 야당의 유착’이라고 맞불을 놓은 상황이 되자, 문 대통령이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은 이날 똘똘 뭉쳐 검찰을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통화 사실 공개에 대해 “단순히 피의사실 유출이 아니고 내통한 것”이라며 “수사과정을 알려준 장본인을 색출해 처벌해야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조 장관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교육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자녀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논문 제출이나 부적절한 교과 외 활동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 때리기에 나선 한국당에 역공을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성만 두 분 계신 집에서 많은 남성들이 11시간 동안 뒤지고 식사를 배달해서 먹고 하는 것들은 아무리 봐도 과도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이례적 압수수색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