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가 강할수록 총기 사망률도 낮아진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지만, 최소한 미국에서만은 논쟁의 대상이다. 이에 미국의 공익단체 ‘총기 폭력 예방을 위한 기퍼즈 법률센터’는 지난 한 해 미 전역 50개 주의 총기 규제 법안을 전수 조사해 성적을 매겼다.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사를 의무화한 법에는 점수를 주고, 허가증 없이도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법은 점수를 깎는 식이다. 결과는 명료했다. ‘A’ 등급의 안전도 1위를 받은 캘리포니아주는 사망률이 44위, ‘F’ 등급으로 안전도 44위에 오른 알래스카주는 사망률 1위에 해당했다.
미국 내 총기난사 사건을 추적하는 사이트 ‘매스 슈팅 트래커’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간 93명이 숨지고, 253명이 부상했다. 규제도 규제지만, 민간이 보유한 총기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게 문제다. 미국의 민간 보유 총기 수는 100명당 120.5정으로 독보적 세계 1위다. 총이 많을수록, 인명 피해도 크다는 사실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총기가 많을수록, 살인도 빈번하다. 미국 50개 주를 비교해도, 국가 간 비교를 해도 결과는 같다.”(하버드대 부상통제연구센터) “총기 보유율이 높은 주일수록, 청소년 자살도 잦다.”(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
민간이 보유한 전체 총기 수도 미국은 2017년 기준 약 3억 9,330만 정, 역시 세계 1위다. 이미 많으니 규제 강화라도 절실한 상황. 여론도 변하는 추세다. 미 갤럽이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총기 규제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줄었다. 반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16%포인트 늘었다.
다만 총기 소유 자유를 주장하는 로비단체 전미총기협회(NRA)와 그들의 영향력에 속박된 의회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샌프란시스코 정부는 이달 4일 발표한 결의안에서 “NRA는 총기 범죄의 연구와 관련한 정보의 공유를 막고, 특히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서 의회에서 어떤 총기 규제 법안도 통과되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하면서 NRA를 ‘테러집단’에 지정해야 한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기획ㆍ글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그래픽 강준구 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