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노후 대비 금융상품으로 민간 보험사가 판매 중인 개인연금보험의 인기가 갈수록 식어가고 있다. 한 때는 노후 대비 ‘3층 보장구조(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한 축으로 각광받았지만, 저금리 시대를 맞아 보험사들이 판매를 주저하는 데다 소비자들도 찾는 발길이 뜸해져서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상품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감하는 개인연금 시장
3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각 보험사 개인연금보험의 신규가입 추이를 나타내는 초회보험료 규모는 2014년 7조원대에서 지난해 2조2,000억원대로 낮아져, 불과 4년 만에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규가입이 줄면서 전체 개인연금 수입보험료도 같은 기간 약 22%나 감소했다.
개인연금보험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보완해 안정적인 노후에 대비하자는 취지의 상품이다. 이르면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해, 은퇴 후 공적연금 수령 때까지의 ‘연금 공백’ 기간을 메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 때 연말정산 시 세제혜택이 부여돼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개인연금보험은 보험사도 꺼리고 소비자도 찾지 않는 상품이 됐다. 우선 보험사 입장에서 개인연금보험 같은 장기 저축성보험은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매출이 아닌 부채로 인식돼, 갈수록 판매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만성적인 저금리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저금리 현상의 여파로 6월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은 3.4%에 머물고 있다. 개인연금보험은 약속한 이자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자산운용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보험사로서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각 보험사들은 개인연금보험 상품의 공시 이율을 낮추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익률 낮은 상품이 달가울 리 없다. 현재 생명보험사의 개인연금보험 공시이율은 2.5% 수준이다. 가입자에게 최소 보장 이자수익을 의미하는 최저보증이율도 0.5~1.25%에 불과하다.
개인연금보험 가운데 세제적격 상품인 연금저축보험의 세제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것도 매력도가 떨어진 원인이다. 정부는 2014년 고소득층 과세를 늘리고 저소득층 가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연금저축의 세제혜택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꿨다. 그러나 막상 세액공제 전환 이후 저소득층의 연금저축 가입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미달자가 많은 저소득층은 감면을 받을 세액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가입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활성화 방안 찾아야”
이처럼 사그라드는 개인연금보험 수요를 살리려면 적극적인 세제혜택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7일 정책토론회에서 “연금저축보험의 축소된 세제혜택을 늘리고, 일반 연금보험의 경우도 비과세 제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노인 빈곤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저소득층 개인연금 보험 가입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저조한 수익률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경희 상명대 교수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연결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은상 미래에셋생명 상품개발본부장은 “장기상품 운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내 자산만으론 이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어 해외자산 투자비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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