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측 “자체 개발 소명할 것”
한화가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태양광전지 제조설비 기술 자료를 빼돌려 설비를 자체 제작한 혐의로 검찰 고발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에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2011년 3월 하도급업체 A사와 태양광 전지 제조에 쓰이는 스크린프린터(액화 금속가루를 실리콘 기판 표면에 인쇄해 선로를 형성하는 장비) 제조 위탁 합의서를 체결한 뒤, 같은 해 7월 한화가 중국 한화 솔라원(현 한화큐셀)에 태양광 전지 제조 장비를 납품할 때 A사가 스크린프린터를 제작, 설치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A사는 시제품 격으로 2011년 8월 한화 아산공장에 스크린프린터를 설치했지만 한화는 이를 중국 공장에 보내지 않았다. 대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6차례에 걸쳐 매뉴얼과 도면(PDF, CAD 파일) 등 기술자료 제출을 A사에 요구했다. 한화는 2014년 10월 초부터 이 자료를 활용해 스크린프린터 자체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를 A사에 알리지 않았다.
한화 측이 기술유용을 했다는 공정위의 판단 근거는 계열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와 주고받은 이메일이었다. 한화는 2014년 10월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자체 개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며, 한화큐셀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하도급업체가 개발한 것을 토대로 제작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포함했다는 게 공정위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 이메일과 설계도면 등 증거를 디지털포렌식으로 확보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2012년 5월 A사에 매뉴얼 작성을 명목으로 부품 목록 등이 표기된 도면 81장을 제출 받고, 2014년 5월에는 제품 세부 도면을 원본 파일 격인 컴퓨터지원설계(CAD) 파일로 받은 사실도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요구라고 판단했다.
한화는 이를 통해 제작한 스크린프린터 15대(1대당 약 20억원)를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 등에 납품했다. A사는 이 스크린프린터를 개발하는 데 약 30억원을 들였다.
한화는 A사의 기술을 유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측은 “상대 회사가 주장하는 기술 유용과 당사 기술진이 주장하는 자체 개발 영역을 두고 두 회사간 장기간의 공방이 있었다”며 “자체 개발 관련 사실을 소명해 법적 판단을 구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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