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에 2조 3,500억원 규모의 5G 통신 장비를 공급한다. 중국 화웨이를 제치고 초기 5G 통신 장비 시장을 장악한 삼성의 글로벌 통신 시장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KDDI의 5G 장비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KDDI는 내년 3월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는 2023년까지 일본 전역에 5만여개 이상의 기지국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설비 투자액은 4조 7,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도쿄 등 수도권에 20억달러(약 2조 3,500억원) 규모의 통신장비를 KDDI에 공급한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5G 장비를 나머지 지역에 주로 공급한다.
일본 정부는 내년 도쿄 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개최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신속하게 5G망을 구축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일본 주요 통신사가 구축할 예정인 5G 인프라는 32조원 규모에 이른다. 점점 커지는 일본 5G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일본 1위 통신사업자 NTT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해 5G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5G 통신시장 공략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미중 무역 갈등을 틈타 화웨이를 제치고 미국과 한국 5G 장비 시장을 장악한 삼성은 현재 일본과 유럽, 호주 등의 5G 시장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전세계 5G 통신장비 매출 점유율 37%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5G 장비 사업 경쟁자인 중국 화웨이는 점유율 28%로 2위,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는 각각 27%와 8%의 점유율로 3, 4위다.
관건은 유럽 5G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다. 미국의 압박에 유럽 통신사들도 화웨이 장비 채택을 주저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화웨이 거부감이 덜한 편이라 삼성과 화웨이의 진검 승부가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삼성은 미국에 이어 아시아 주요 5G 시장인 일본에서도 화웨이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며 “삼성의 약진에 4G 통신장비 절대강자인 화웨이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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