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정경심 기소 땐 윤석열 거취 정해야”
“집권당이 노골적으로 검찰 압박” 지적 나와
더불어민주당이 ‘서초동 주말 촛불집회’를 발판 삼아 검찰에 대한 총력공세를 펴고 있다. ‘촛불민심’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개혁이라고 못박는 한편,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행태를 ‘먼지떨이식 수사’로 규정해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한껏 강화하고 있다. 여당 중진이 “이번주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기소가 현실화되면 윤석열 총장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하는 상황”(안민석 의원)이라고 언급하는 등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압박, 도를 넘는 행태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는 30일 서초동 촛불집회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며 일제히 ‘검찰개혁’을 입에 올렸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이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사명임이 확인됐다”며 “과잉 수사를 일삼는 검찰,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야당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국민은 검찰개혁 그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촛불을 들겠다고 경고했다”며 “정치권이 지체 말고 검찰개혁에 나설 것을 준엄하게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가 진행된 당 대표실 벽면 문구도 바뀌었다. 지난주까지 일본 경제보복 이슈에 대항하기 위해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고 달렸던 문구가 ‘위대한 국민 당당한 나라, 대한민국은 전진합니다’로 바뀌었다. 조국 사태의 수세적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신감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박주민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띄우는 등 당ㆍ정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검찰개혁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법무부와 함께 시행령 등 법률 외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검찰개혁 방향을 잡고, 검찰의 잘못된 행동을 기초부터 바꿔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한 법 개정 외에 고칠 수 있는 검찰 내 관행까지 손보겠다는 취지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특수부 축소 방안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집권당이 노골적으로 나서 검찰수사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번 주 정경심 교수 소환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의원들이 앞다퉈 검찰 공격에 나서고 있다. 4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주에 정경심 교수 기소가 현실화하면 지난주보다 2배가 넘는 촛불이 모여 한 목소리로 검찰개혁을 요구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하는 불행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검찰총장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선 추석 민심과 촛불집회 민심 사이에서 당이 고민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역구의 추석 민심을 듣고 온 의원들 중에 ‘만약 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조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주말 촛불집회 이후론 ‘발부가 된다고 하더라도, 배경ㆍ사유 등을 면밀히 살펴본 뒤 판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또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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