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는데 김치녀 같은 학생들이 쳐다보네요’, ‘커피 마시러 자주 가는데 회사에서 된장녀 소리 들었어’의 ‘김치녀’와 ‘된장녀’는 한국 여성들을 비하하는 대표적 차별 표현이다. 두 말 모두 여성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음을 드러낸다. ‘김치남’, ‘된장남’도 있지만 여성을 차별하는 말들이 절대적으로 많이 쓰인다. 힘센 남성들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괴롭히는 언행을 더 자주 한 결과다.
두 말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성 차별의 매개물이 한국의 전통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김치와 된장은 생활의 지혜에서 나온 한민족의 소중한 먹거리임에도 부정적 뜻을 담고서 차별 표현의 소재로 쓰인다. 김치와 된장의 짙은 냄새, 된장의 독특한 색깔 때문일 텐데 고유의 먹거리를 차별 표현의 수단으로 쓰는 것은 자기 비하 행위다.
고유 음식은 아니지만 ‘짜장들 짜장어 지껄이는 거 짜증나네’에서 ‘짜장’은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검찰은 웃기는 짜장~’, ‘윤 짜장 보고 있나?’에서는 ‘짜장’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부정적 뜻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웃기는 짬뽕이야, 자기가 뭔데 차 빼라 마라’의 ‘짬뽕’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과도한 정치적 수사를 비판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누리꾼들은 ‘검찰춘장님이 다음 주도 서초동으로 놀러 오랍니다’와 같이 ‘춘장’을 통해서 검찰총장을 부정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짜장면과 짬뽕도 한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들인데, 김치나 된장처럼 부정적인 뜻을 표현하는 매개물이 되었다. ‘짜장’과 ‘짬뽕’, ‘춘장’이 이렇게 비하와 차별 표현에서 쓰이는 것은 김치, 된장처럼 독특한 냄새와 색깔 때문일 것이지만 동시에 다른 민족에 대한 부정적, 배타적 감정이 함께 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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