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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이즈백’ 빈 병 200만개, 왜 롯데주류 창고에 쌓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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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이즈백’ 빈 병 200만개, 왜 롯데주류 창고에 쌓여 있나

입력
2019.10.04 04:40
수정
2019.10.04 06: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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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하늘색 병, 협약 위반” 하이트에 안 돌려줘

하이트 “무학ㆍ대선 등 업체들도 비표준 병 쓰는데…”

롯데주류 청주 공장에 쌓여 있는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빈 병. 설훈 의원실 제공
롯데주류 청주 공장에 쌓여 있는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빈 병. 설훈 의원실 제공

“‘진로이즈백’의 하늘색 빈 병을 돌려달라.”(하이트진로)

“규격과 다른 병을 쓰는 건 협약 위반이다.”(롯데주류)

국내 대표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빈 병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 4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소주 ‘진로이즈백’의 빈 병을 수거한 롯데주류 측이 이를 하이트진로 측에 돌려주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현재 롯데주류 창고에 쌓여 있는 ‘진로이즈백’의 빈 병은 무려 20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출시 이후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진로이즈백의 생산에 애를 먹고 있다.

롯데주류가 자사 소주의 빈 병 외에 하이트진로 제품의 빈 병까지 수거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왜 빈 병을 돌려주지 않는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지난 2009년 환경부와 7개 주류업체가 맺은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살펴봐야 한다.

◇10년 전부터 주류업체들, 표준 소주병 회수 뒤 재사용

3일 업계에 따르면 각기 다른 형태의 녹색 소주병을 사용하던 주류업체들은 2009년부터 시중에 가장 많이 유통되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녹색 병’(360㎖)과 같은 모양ㆍ크기의 표준 소주병을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보통 7~8회 재사용이 가능한 소주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빈 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소주병 규격을 통일한 업체들은 빈 병을 회수한 뒤 세척해 자사의 라벨을 붙여 재사용했다. 함께 수거한 빈병 중 표준화되지 않은 병은 원래 제조사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다.

그런데 과거 진로 소주병 모양을 되살려 출시한 진로이즈백이 출시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통일된 녹색 병 대신 하늘색 투명한 병을 사용하면서 재활용이 어려워졌다는 게 롯데주류 측의 주장이다. 기존 소주병과 크기와 색깔이 다른 병을 선별해 돌려주는 과정에서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고, 자율 협약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진로 빈병을 돌려주기에 앞서 하이트진로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든지 아니면 아예 각자 자율로 돌아갈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비표준병 소주들. 무학 '좋은데이 1929'(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한라산소주 '한라산', 금복주 '독도소주', 대선주조 '고급소주'. 각 사 제공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비표준병 소주들. 무학 '좋은데이 1929'(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한라산소주 '한라산', 금복주 '독도소주', 대선주조 '고급소주'. 각 사 제공

하이트진로는 이미 다른 업체들도 주력으로 삼는 녹색 표준병의 소주(무학 ‘좋은데이’, 대선주조 ‘시원’, 금복주 ‘맛있는 참’ 등) 외에 투명한 비표준 병 소주(무학 ‘좋은데이 1929’, 대선주조 ‘고급소주’, 금복주 ‘독도소주’ 등)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롯데주류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맞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력 소주 외에 비표준 병은 업체의 자율성, 소비자의 선택권 차원에서 존중돼야 한다”면서 “롯데주류가 생산하는 ‘청하’도 비표준 병인데 매달 100만병씩 올해에만 800만~900만병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유독 진로이즈백만 문제 삼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진로이즈백 폭발적 인기가 갈등 부른 듯

일각에서는 롯데주류가 판매량이 늘고 있는 진로이즈백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과거 진로 소주의 향수를 되살린 진로이즈백은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병이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진로이즈백의 빈병 회수가 절실한 하이트진로의 상황을 롯데주류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측은 “경쟁사 견제 목적이 절대 아니다”라며 “다른 업체들의 비표준 병 소주는 판매량이 자율 협약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어서 문제 삼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하는 소주가 아니라 청주라 자율협약 대상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두 회사의 입장이 팽팽해 환경부도 중재에 애를 먹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표준 병이 확산되면 재사용 체계가 흔들린다는 (롯데주류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지만, 기업의 자율성,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하이트진로)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빈 병이 원활하게 재사용될 수 있게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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