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인물 임명, 공정성 훼손” 2030 참여 도드라져
광화문 일대 오후 내내 마비… 일부 靑진입 시도, 경찰과 충돌
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의 왕복 10차선 도로는 전국에서 몰려든 시위 인파로 인해 오후 내내 마비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광화문 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몰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남대문에 이르는 약 2.1km 구간의 도로를 가득 메웠으며, 서울역사박물관과 청계천 일대, 서울역 인근까지도 시위 인파가 드문드문 이어졌다.
오후 1시부터 자유한국당 측이 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지키자 자유 대한민국”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조국을 구속하라’, ‘조국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무대에 선 부산대 재학생 권현빈씨는 “거짓말을 일삼는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올랐다”며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만으로도 검찰 개혁이 반은 진행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스스로를 진보라 칭하며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저들은 기득권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권씨와 같은 청년세대 참여자들이 적잖이 보였다. 그간의 보수 단체 집회 참여자들이 대부분 중ㆍ장년층에 편중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이원성(29)씨는 “젊은이들이 간절히 바라왔던 ‘공정성’의 가치가 무참히 훼손됐다는 생각이 들어 집회에 나서게 됐다”며 “주변을 돌아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꽤 많아졌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직장인 김모(30)씨는 “보수 세력을 완전히 지지하지는 않지만, 조국 장관을 규탄하는 뜻에는 함께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감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부적절한 인물을 끝내 밀어붙여 임명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 가평군에서 온 이모(47)씨는 “10대인 딸에게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함께 나오게 됐다”며 “보수 세력의 과격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현 정권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현장에 나온 이모(15)양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온 송모(43)씨도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딸 3명과 어제 집을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에서 온 이모(66)씨는 “안산 지역에서만 100여명이 함께 나섰다”며 “이 자리에 모인 시들의 숫자가 곧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화문~남대문 일대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오후 4시쯤 조 장관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퇴진, 퇴진, 탄핵, 탄핵”을 반복해 외치며 효자로로 진입했다. 청와대가 가까워 오자 “(문재인 대통령) 방 빼”를 외치기도 했다. 행진에 가세한 탈북민 단체 회원들은 검은색 상복을 입은 채 “사회주의는 죽음이다”라는 구호를 보태기도 했다. 오후 5시쯤 청와대 사랑채 앞에 도착한 시위대는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과 맞닥뜨리며 충돌을 빚었다. 일부 집회 참여자들이 무리하게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및 탈북단체 회원 46명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돼 혜화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다.
한편 주말인 5일 서초동에서 2차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릴 것으로 예고돼 있어 ‘검찰 개혁’ 대 ‘조국 파면’ 양 진영 간의 대립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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