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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6개월만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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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6개월만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도 될까요?”

입력
2019.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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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은 궁금한 것도, 걱정거리도 많다. 어떻게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지, 지금 서 있는 곳이 진짜 내 평생 직장이 맞을지. 이런 이들에게 사소한 고민도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친절한 언니가 있다면 어떨까.

한국일보 영상콘텐츠 채널 ‘프란’(PRAN)은 각종 고민 상담을 해주는 코너 ‘심야 고민 상담소’의 두번째 시간으로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의 작가 김진아씨와 함께 사회 초년생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영상을 기획했다. 김 작가는 20년 경력의 광고인으로 대기업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직접 광고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며, 저자활동, 카페 운영 등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김진아 작가: 오늘은 여성의 일, 그래서 어떻게 커리어를 꾸려나갈 것인지, 그리고 커리어를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고민들이 엄청 많잖아요. 그런 것을 함께 이야기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그런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올해로 이제 20년차거든요. 일을 시작한지.

그런 경험들을 한발 먼저 해본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수 있는 말이 있을 것 같아요.

고민 1 : 6개월 차 신입사원입니다. 졸업을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저를 보여주기에 부족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최근에 해외에서 생활할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해외로 갈지, 회사를 계속 다닐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진아 작가 :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1년 쉬어도 이 업계로 돌아올 수 있는 정도의 경력이 있다.’ 그러면 사실 뭐 20대 후반에 잠깐 쉬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여성은 사실 그것이 30대로 넘어가버리면 본 궤도에 다시 진입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저는 30대 초반, 중반에 그만 둔다고 하면 말리거든요. 이미 그 때는 조직이나 이런 데서 낙오시키고 배제시키고 싶어하는 연차이기 때문에. 갔다 와도 내가 다시 기존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이런 거를 잘 판단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것은 ‘내가 내 인생을 온전히 책임질 것이냐 아니면 계속 회피하고 싶은가’ 회피의 문제인 것 같아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어떤 미디어나 책도 그렇고 로맨스나 판타지 물에 젖어있다 보니까 세뇌돼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내가 내 인생 온전히 책임지지 않아도 어떻게 되지 않을까?’

살아보니까 회피할 길이 없더라고요. 내가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저도 항상 ‘이런 나한테는 나한테 맞는 집이 생기겠지? 집 있는 남자가 오겠지?’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내가 지금 주택청약 안 하고 내가 지금 펀드 안 하면 20년이 지나 아무 일도 안 생기는 거에요. 안 하니까 안 생겨요. 그래서 회피는 답이 아니다. 되게 실망스러운 얘기일 수도 있어요. 저도 이 회피의 문제와 아직도 싸우고 있거든요. 계속해서 저도 내 길을 만들어야 되고 투쟁의 연속이고 안정된 건 없고 내 스스로의 밥벌이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은 회피의 문제를 내가 어떻게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의 본질이 회피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을 하고 내 눈 앞의 문제를 바라보면 조금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민 2 : 저는 2년째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데요. 늘 꿈꿔왔던 일이라 일을 시작하고 너무 행복했어요. 그런데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제가 쓴 카피가 여성들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화장품 광고 같은 경우는 여성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문제 삼고 꼭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하거든요. ‘이 옷을 입어야, 이 화장품을 써야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만들어내는 거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니 자괴감이 들어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일을 그만두는 게 맞는 걸까요?

김진아 작가 : 당연히 그만두면 안 되죠. 지금 그 안에서 해야할 일이 많은데 지금 바꿔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만두면 안 되고. 저는 2016년 이후에 여러 가지 일들을 우리가 관통해오면서 미디어 콘텐츠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 실릴수록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가 쉬워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든지 제 목소리나 영향력을 키워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크리에이티브, 메시지나 이런 것이 갈 수 있고 그럴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카피라이터 님도 본인이 팀장이 되면 더 다양한 시안을 들이밀어서 광고주한테 ‘요즘 이런 비주얼 하면 욕멱는다 광고 내려진다. 괜히 쓰고 내려지면 돈 낭비다.’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푸시할 수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내가 힘을 키울 때까지는 참아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고. 저는 포기하지 않고 몇 년째 들이밀었었거든요. 2016년부터는 계속. 지금은 조금 수월해진 것 같아요. 브랜드 클라이언트들의 이해도도 조금씩 높아지고 그래서. 저는 포기하는 것이 답은 아닌 것 같아요. 밖에 나와서는 내가 잘 하는 것 안 하고 그럼 뭐 하시려고요? 내가 잘 하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든 변화하는 방향에 힘을 싣는 것도 의무인 것 같아요. 그 팀에 여자가 하나 있느냐 없느냐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요. 결과물에. 어떻게든지 은밀하게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녹여낼 수 있도록 투쟁을 해주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고민 3 : 제가 광고 대행사에서 인턴을 했었어요. 그러다 다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 회사에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었고 일을 하다 보니 얼떨결에 팀장이 되어버렸어요. 일을 하다 보니 큰 기업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봉이 줄어들고 직급이 낮아져도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는 걸까요?

김진아 작가 : 저는 그런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하고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큰 곳에 가서 큰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걸 말아먹는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실력을 쌓는 것은 거기서 판가름이 나는 것이거든요. 사이즈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다양하게 해보고, 하나를 말아먹었다고 해서 회사가 당장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 다음 프로젝트가 오면 또 만회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실무를 격파해 나가면서 실력이 쌓이거든요. 저도 많은 광고를 말아먹고 실패하고 ‘아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사람들 반응이 없네?’ 근데 이런 것은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가상 으로 뭘 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많이 실무를 해볼 수 있도록 그런 기회를 갖고서 다시 더 큰 자리,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좀 작은 규모의 회사로 와서 주도적으로 하거나 저는 그런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모험을 할 땐 하자. 근데 그 타이밍을 잘 보고서 그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하면 놓치지 말고 모험을 할 땐 하자라는 것도 권하고 싶어요.

고민 4 : 3년 차 회사원입니다. 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40살이 넘어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리더급을 보면 여자가 없다 보니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기술을 배워서 계속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전환을 해야하나’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진아 작가 : 지금 일하는 20대 30대의 미래는 지금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요. 각성과 정보와 의지를 갖고 일에 임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도 이렇게 많고 아마 밖에는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여성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러니까. 그런 구조적인 문제에 너무 지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에너지를 소진하기 보다는 그런 것에 너무 포커스 하지 말고 지금은 내가 하는 일과 내 주변의 관계들, 회사에서의 나의 입지라든지 그런 것들, 아니면 ‘내가 이 회사를 나가서 밥그릇을 어떻게 챙길 수 있을까.’ 그것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에 포커스를 뒀으면 좋겠어요.

저는 요새 입사하자마자 퇴사를 준비해라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여기서 어떻게 먹을 거리를 챙겨서 나갈 수 있을까?’,’나가서 나 도와줄 사람이 여기서 누가 있을까?’,’나한테 일줄 사람 누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회사생활이 좀 달라지거든요. 그냥 다니면 이 엿 같은 회사. 저 죽이고 싶은 놈. 이렇게 되는데 들어가자마자 ‘여기 나가서 어떻게 살아남지?’,’난 오늘 입사 day 1이 아니라 퇴사 준비 day 1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회사 생활이 좀 달라질 수 있어요. ‘어차피 나갈 거지만 지금은 이걸 챙기는 중이다.’ 마인드셋을 바꿔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부터 ‘이 조직, 여성을 배제하는 성차별적인 조직. 나 어떻게 살아가지? 나 못할 것 같아.’ 이런 쪽에 웨이트를 두지 말고. 사실 조직에 우리가 공무원도 아니고 천년 만년 있을 수 없잖아요. 그러면 결국은 다 독립을 해야 되고 프리랜서가 돼야 하는 것이 거든요. 그럼 그 때를 대비해야죠. 누가 나한테 먹거리를 줄 것인지 사람이 주는 거니까 그러면 누가 나에게 그것을 줄 것인지 그 사람과의 관계도 다져야 되고. 그것에 더 포커스를 두기를 저는 권하고 있어요.

고민 5 : 저희 회사는 임금적으로 남녀차별이 있어요. ‘쟤가 나랑 동기고 똑같이 일하는데 남자라는 이유로 돈을 더 받아?’ 라는 생각이 들면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그렇게 화가 날 때, 나를 다스릴 수 있을지,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지 알고 싶어요.

김진아 작가 : 그런 구조적인 문제는 사실 개인의 힘으로 바꾸기 힘드니까 조직 안에서 그럴 때 여성의 연대가 필요한 것이고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한 거라서

여성들끼리 연대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것이 꼭 속한 회사의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조직 같은 게 있어서 존재감을 좀 키운다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것을 조직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성명서를 낸다든가. 구조에 어필할 때는 개인의 목소리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보다는 하나의 대표성 같은 것을 띠고 목소리를 내는 게 효과적이라서 그런 것 한번 만들어보시죠.

현유리 PD yulssluy@hankookilbo.com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전혜원 인턴 PD

최희정 PD yolohee@hankookilbo.com

강희경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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