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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실업’에 분노한 청년들… 이라크 반정부 시위 갈수록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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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실업’에 분노한 청년들… 이라크 반정부 시위 갈수록 격화

입력
2019.10.06 17:38
수정
2019.10.06 19: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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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불을 피운 채 이라크 국기를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불을 피운 채 이라크 국기를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이라크에서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며 격화하고 있다. 최근 닷새 동안 시위 과정에서 약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정부가 강경 진압을 일삼고 있지만, 이 나라에 만연한 부패와 실업 등에 분노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는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져만 가는 모습이다. 지난 2017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패퇴시킨 이후 2년 만에 빚어진 최악의 폭력 사태에 이라크 정국이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5일(현지시간) BBC방송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시작돼 남부 주요 도시들로 확산된 이번 시위와 관련해 이라크 의회 인권위원회는 “(이날까지) 최소 99명이 숨지고, 약 4,00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자 이라크 군대와 경찰이 실탄을 발사한 것은 물론, ‘미확인 저격수’에 의한 총격마저 가해지는 등 물리적 충돌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유엔이 “무의미한 인명 손실은 중단돼야 한다”며 “그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을 정도다.

이번 시위는 생활고에 찌든 민중, 특히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자발적 항의’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세계은행(WB)의 분석 결과, 이라크 전체 인구(약 4,000만명)의 22.5%가 하루 1.9달러(약 2,280원)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기준). 여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청년층의 실업률은 무려 25%에 달한다. 현재 무직 상태인 유시프 에마드(25)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전기도, 물도 안 나오는 집에 산다. 대학교를 졸업했어도 직업이 없다.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라고 토로했다. BBC는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실업난, 취약한 공공서비스가 오늘날 젊은 이라크인들이 갖고 있는 불만의 핵심”이라며 “남부 시아파 지역에서 ‘주도 세력 없이’ 시작된 저항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생고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말 그대로 ‘민심의 폭발’인 셈이다.

문제는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당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제한과 통행 금지령으로 시위 원천봉쇄를 시도했던 정부는 결국 5일 오전 5시를 기해 통행 금지를 해제하는 등 ‘시위대 달래기’에 나섰다.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도 “부정부패, 실업난 등 개혁 정책을 실행할 시간을 달라. 마술 같은 해법은 없다”고 했고, 무함마드 알할부시 의회 의장 역시 “시민의 소리를 듣고 있다”며 시위 중단을 호소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위자는 가디언에 “그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정당을 원치 않는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때문에 시위대 요구는 ‘정권 퇴진’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총선 승리로 출범한 현 정부가 출범 1년여 만에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중동 전문가인 파나르 하다드는 “이라크인들이 정권 타도를 외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여러 차례의 전쟁으로 여전히 신음하고 있는 이라크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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