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39> 시각장애 학생
시각장애를 비롯한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선 대체자료지원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보유한 전자책 17만건 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은 0.9%(1,579건)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는 문서파일을 소프트웨어에 적용해 디지털 음성으로 듣거나 파일을 점자로 변환해 출력할 수 있는데, 출판사들이 저작권 보호를 명목으로 파일제공을 하지 않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저작권법(제33조)에서 공표된 저작물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복제, 배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출판사들이 원본파일 납본을 거부하고 있다”며 “원본파일만 있으면 음성파일, 전자책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점자책을 만드는 작업도 한결 쉬운데 원본파일을 제공받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대체자료지원 전담 조직이 없는 점도 문제다. 현재 초중고교생의 학습을 위한 점자 교과서 제작은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국립특수교육원에 위탁하고, 국립특수교육원은 다시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겨 제작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특수교육원이 2015년부터 일반학교의 교과서 제작업무를 위탁 받았는데, 이를 위한 인력은 증원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최소한 고등학생까지 대체교재를 차질 없이 제공하려면 민간에 맡기기보다 국가 차원의 지원센터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려면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진학을 하는 시각장애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고등교육 대체자료 확보도 중요하다. 오윤진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대학에서의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도 명시하고 있다”며 “대학생 지원체계가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문화체육관광부)과 장애학생지원센터(교육부)으로 나뉘어 있고 전담 조직도 없다 보니 학생들은 비공식적인 정보유통경로를 이용하고, 자료도 신속하게 제공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장애학생의 입장에서 편리한 지원체계를 갖춘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웨덴은 MTM(Swedish Agency for Accessible Mediaㆍ미디어접근센터)에서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토킹북, 데이지 자료(시각장애인용 음성자료), 학술서적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각 대학도서관과 협력해, 학생들이 요구하는 독서자료를 토킹북이나 전자텍스트, 점자책으로 대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지원한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도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주축으로 각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체계적, 유기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시각장애학생 대체학습자료 지원을 위한 전담 인력도 늘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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