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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학 칼럼] 검찰 수사권 vs 대통령 인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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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학 칼럼] 검찰 수사권 vs 대통령 인사권

입력
2019.10.07 18:00
수정
2019.10.07 18:06
30면
0 0

막강 수사권과 전관예우의 먹이사슬

대통령 인사권, 수사 공정성 논란 초래

‘검찰권 분산ㆍ인사권 개선’ 병행해야

대한민국 검찰의 권한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차관급이 50명에 육박하고 정부 국회 등의 요직도 장악하고 있다. 검찰을 나와도 전관예우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작동한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데도 견제 장치가 없다 보니 과잉 수사와 검찰권 남용이 빈발한다. 검찰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조국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이 검찰 개혁의 적기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국민도 많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행사가 살아있는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검찰 수사권과 대통령 인사권을 국민 시각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은서 기자
대한민국 검찰의 권한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차관급이 50명에 육박하고 정부 국회 등의 요직도 장악하고 있다. 검찰을 나와도 전관예우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작동한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데도 견제 장치가 없다 보니 과잉 수사와 검찰권 남용이 빈발한다. 검찰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조국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이 검찰 개혁의 적기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국민도 많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행사가 살아있는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검찰 수사권과 대통령 인사권을 국민 시각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은서 기자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물었다.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뭔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수사권,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어서다. 일단 대규모 수사에 들어가면 무혐의가 있을 수 없다. 100% 기소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옭아맬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검사들이 이의 제기 안 하나?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비롯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팽배하다. 출세욕도 강해 다들 승진에 목을 맨다. 인사권자와 검찰총장 향배에 예민한 이유다. 설령 인사에 물 먹어도 노후 걱정하는 일반 직장인과는 처한 조건이 다르다. 전관 변호사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특수부장 출신이 욕심만 조금 내면 연간 수십억 원 버는 건 문제도 아니다. 단, 친정(검찰)에 찍히면 절대 안 된다.”

현직 검사 얘기도 비슷하다. 서지현 검사는 ‘검찰의 도가 지나쳐도 왜 평검사들은 가만히 있느냐’는 비판에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며 “(복종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죽을 뿐 아니라 (검찰에서) 나와도 변호사는 물론 정상 생활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석열 총장 얘기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의 과잉 수사와 검찰권 남용의 배후에 ‘검찰 이기주의’라는 조직 논리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검찰이 직접수사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전관예우라는 이권 카르텔이 있다. 특수부 출신 홍만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1년 검찰 퇴직 당시 그의 재산은 13억원. 변호사 개업 2년 뒤엔 연간 91억원의 소득을 신고했다. 월 7억6,000만원꼴이다. 이후 신고 액수가 수십억 원 줄었는데 알고 보니 거액의 수임료를 탈세해 100채 넘는 오피스텔ㆍ상가를 매입했다.

홍 변호사가 연 100억원을 번 비결은 뭘까. 그는 상습도박으로 검찰 내사를 받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지휘 라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는 대검에서 같이 근무했고 중매도 섰을 정도로 가깝다”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실제 선임계도 내지 않고 차장검사를 만나 수사 확대 방지 등 희망 사항을 전달했고 2개월간 18차례나 통신을 주고받았다. 검찰은 정 대표의 상습 도박과 거액 횡령 혐의를 확인했지만 처벌이 약한 도박으로만 기소했다. 홍 변호사와 접촉하며 검찰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검사들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홍 변호사는 검찰 조직의 끈끈한 의리와 국민 혈세로 갈고 닦은 특수부 노하우를 수사 무마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했다. 검찰 선후배와 ‘거래’를 통한 수사 확대 방지, 무혐의 처분, 내사 종결 등 대가로 건당 수억 원을 챙겼다. 무소불위 수사권과 전관예우의 먹이사슬이 작동하는 셈이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 비리에 대한 감찰 강화 등 민주적 통제 장치가 절실한 이유다.

검찰권 분산 못지않게 권력층 비리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도 불구, 왜 조국 수사가 진행되는 지금 이슈가 돼야 하는지 납득 못하는 국민이 많다. 보수 진영은 살아 있는 권력이 자신을 향한 검찰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의심한다.

검찰은 일반 행정부처와 성격이 다르다. 준사법기관이다. 검찰을 사법부처럼 제4부로 대우하는 나라도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도자지만 한 정파의 수장이라는 존재론적 한계도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그랬듯,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인사권을 돌려주자. 검찰총장 국회 동의제, 검사장 직선제 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검찰 수사권과 대통령 인사권은 모두 국민이 부여한 공적 자원이다. 검찰 수사권은 검찰 권력을 키우고 이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대통령 인사권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는 도구로 악용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 개혁은 국민 다수가 염원하는 시대적 과제다. ‘조국 수호’나 진영 대결의 수단이 아니다. 국가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광장의 세 대결이 아닌 정치의 장에서 이성적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겸 지방자치연구소장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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