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주고, 무역전쟁 양보 끌어내기 전략
중국이 약 50억달러 규모의 이란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서 발을 뺐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ㆍ압박에 중국이 ‘보조’를 맞춰준 모양새로 오는 10~11일 열리는 미중 간 고위급 무역 협상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이날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개발 프로젝트’ 관련 계약을 해지했다”라며 “CNPC 소유의 이 프로젝트 지분은 모두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의 자회사인 페트로파르스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단일 가스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곳이다. 당초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이 50.1%, 중국과 이란이 각각 30%와 19.9%의 지분으로 총 48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2021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설비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부활한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로 토탈은 지난해 8월 이 사업을 포기했고, 중국마저 이번에 발을 뺀 것이다.
중국이나 CNPC는 프로젝트 불참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NPC 관계자들이 최근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이란으로 자금을 이체하기 위한 창구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말을 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으로선 이란과의 거래 차단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비등하다. 당초 중국은 미국이 이끄는 이란 제재 동참에 미온적이었다. 이란 원유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인 중국이 미국의 ‘이란 때리기’에 동참해 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자, 차라리 이란과의 거래를 끊어 미국의 비위를 맞춰 주고, 대신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자는 새로운 전략을 중국이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WSJ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국면 속에서 중국은 이란과의 거래에 대해 점차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라며 중국의 대이란 제재 동참으로 이란이 받는 경제적 고립감 역시 매우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0~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고위급 무역 협상에 앞서 중국 측 협상단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미국 협상단에 “중국의 산업정책이나 정부 보조금 지급에 대한 개혁 약속을 협상안으로 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알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국가 주도 산업 발전전략이 공정한 무역을 해친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 왔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요구를 협상안에서 배제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의제로 합의 범위를 좁혀 ‘스몰 딜’에 집중할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계획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장의 외교적 성과에 집착할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몰딜이 아닌 빅딜을 도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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