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의원, SNS에 사진 게시한 뒤 오류 지적에 해명 없이 삭제ㆍ변경
서초동 촛불집회 참석 인원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린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민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사진 3장이 모두 서초동 집회와 관련 없는 사진이거나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앞서 민 의원은 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에 모인 군중을 찍은 사진 3장을 게시한 뒤 “참석 인원을 부풀리려고 사진을 조작했군요, 무서운 사람들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5일 열린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겨냥, 참석 인원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사진들은 서초동 촛불집회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 의원이 올린 첫 번째 사진은 2012년 12월 17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조선·중앙·동아일보에 실은 광고 사진으로, 당시 유세 참여 인파를 촘촘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두 번째 사진 역시 자유한국당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이 지난 3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집회 사진으로 확인됐다. 이 사진은 연합뉴스가 촬영해 각 언론사에 배포한 사진으로, 같은 이미지가 반복돼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합뉴스는 당시 송고 시스템 이상으로 인해 사진의 아랫부분 일부가 중복됐다고 해명했다.
결국 민 의원은 자신의 소속 당이 주최한 유세와 집회 현장 관련 ‘오류 사진’을 근거로 서초동 집회 인원 조작설을 제기한 셈이 됐다.
민 의원이 세 번째로 올린 사진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 올라온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바닥에 구명조끼와 촛불을 놓고 풍선을 매달아 놓은 장면이 담겨 있다. 2017년 3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당시 모습으로, 이 역시 서초동 집회와 직접적 관련이 없었다.
3장의 사진을 올린 게시물에 오류를 지적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폭주하자 민 의원은 문제의 글을 삭제한 뒤 세 번째 사진인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사진만 붙여 새 게시물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해명이나 설명은 없었다. 민 의원은 오히려 새 게시물에 “띄엄띄엄 낮고 빈자리에 촛불 켜놓고, 풍선 달아놓고, 한 사람이 촛불 두 개씩 들고… 프로시위꾼들의 대표적인 참가 인원 부풀리기 장난질”이라며 “밤에는 순식간에 참가 인원을 두 세 배 늘릴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여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해당 게시물에도 수십개의 비난성 댓글이 달렸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d*****)는 “언론인 출신인데 팩트체크도 없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잘못은 사과를 하든지, 떳떳하다면 반박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다른 이용자(남*****)도 “국회의원이 나서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걸로 모자라 세월호 희생자들을 또 한번 모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제 게시물에 대한 게시와 삭제를 반복하는 동안 비판과 해명 요구가 빗발쳤지만 7일 오후까지 민 의원의 직접 언급이나 사과는 없었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들이 해명하기는 어렵고 의원과 직접 통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보는 민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연락을 취했지만 답이 없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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