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셀프 개혁안 제시… 법조계 “방향성 맞다”, 일각선 “수사 장기화 우려”
대검찰청이 7일 심야조사를 제도적으로 철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향후 수사 지형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심야조사로 인한 인권침해 요소를 없애는 방향에 대해서는 법조계가 대체로 환영하고 있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 장기화 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대검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심야조사 시한은 오후 9시로 지난해 3월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조사 종료 시간으로 권고한 ‘원칙적으로 오후 8시, 늦어도 11시’보다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 법무부 훈령 ‘인권보호수사준칙’은 피조사자·변호인의 동의가 있거나 공소시효ㆍ체포시한이 임박한 경우 등 예외 사유가 없는 한 자정 이전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조사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심야조사는 인권 침해 요소로 인해 개선 요구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특히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거치면서 논란이 본격화했다. 앞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21시간 가량 청사에서 조사를 받고 이튿날 오전 6시가 넘어 귀가하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넘어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고문’이라는 반발이 제기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처장이 첫 소환조사에서 19시간을 조사받고 다음날 오전 5시에 청사를 나오자 법원 내부전산망에는 “재판에서 심야조사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명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취임 직후 심야조사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검 인권부를 중심으로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심야조사를 받은 피조사자는 지난해 1,155명으로, 2017년 1,088명, 2016년 1,459명에 비해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검찰의 개혁안에 대해 “방향은 맞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조사를 하다보면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자백을 한다. 검사가 심야조사를 권하면 피의자가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우려의 시각과 함께 결국 수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밤샘조사는 전 근대적 방법이고 바뀌는 게 맞지만 수사가 장기화되고 인력이 많이 투입되면서 국가의 전반적인 범죄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진술 위주 수사에서 벗어나 객관적 증거 확보를 위한 과학수사 등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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