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제19호 ‘하기비스’가 발생 초기 예상보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12일 일본 규슈(九州)가 아닌 도쿄(東京)를 관통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태풍으로 인해 생긴 기압차로 일부 해안 지역에 강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하기비스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괌 북서쪽 약 840㎞ 해상에서 시속 13㎞의 속도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15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무려 초속 55m(시속 198㎞)다. 초속 15m 이상 강풍이 부는 반경은 480㎞에 달한다.
태풍은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에 따라 ‘약’(초속 17∼25m), ‘중’(초속 25∼33m), ‘강’(초속 33∼44m), ‘매우 강’(초속 44m 이상)으로 분류되는데, 하기비스는 이 가운데 가장 강한 태풍에 속한다. 강풍 반경도 최대 480㎞여서 규슈 지역을 관통할 경우 제주도 인근이나 남해안 또는 인근 해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나, 태풍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기비스는 올해 태풍 가운데 가장 세고 규모가 클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하기비스를 슈퍼 태풍으로 분류한다. JTWC는 1분 평균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66.9m(130노트ㆍ시속 241㎞)를 넘으면 슈퍼 태풍이라고 부른다. 반면 우리나라 기상청이 쓰는 최대풍속은 하루(00∼24시) 중 임의의 10분간 평균으로 가장 세게 불었던 풍속을 말한다. 하기비스의 최대풍속은 9일 밤 9시쯤 초속 56m가 최고치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기비스가 도쿄 인근을 지날 때도 최대풍속이 초속 40m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하기비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 건 북서쪽의 차가운 대륙 고기압으로 인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밀려서다. 한반도 주변의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것과 같은 이유다.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일본으로 향해 도쿄 부근을 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경로를 시점별로 보면 11일 오전 9시께 오키나와 동쪽 약 830㎞ 바다를 거쳐 12일 오전 9시께 도쿄 남서쪽 약 580㎞ 해상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풍 중심이 도쿄에 가장 가까운 시점은 12일 오후 11시께로 약 20㎞ 거리 육지에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하기비스는 도쿄 부근을 관통한 뒤 곧바로 태평양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상청(JMA)이 내놓은 태풍 전망도 한국 기상청 발표 내용과 거의 같다.
한국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이번 주말 전국에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가 대륙 고기압과 강한 열대 저기압인 태풍 사이에 놓이면서 큰 기압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기압 차이가 클수록 바람이 강해진다. 제18호 태풍 미탁은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상륙할 무렵 중심기압이 985hPa이었으나 하기비스는 9일 밤 910hPa까지 떨어진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바람이 강해진다. 이에 따라 동해안과 동해, 남해에는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파도도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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