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나온 김정은, “인민 식량문제, 결정적 전환 일으켜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참관 이후 27일 만에 북한의 ‘종합 종자 연구개발 기지’로 알려진 군 농장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푸는 데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북한 관영매체도 노동당 창건 74주년(10월 10일)을 하루 앞둔 이날 ‘자력갱생’을 9번이나 언급했다. 당장 북미 비핵화 협상에 연연하기보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경제 발전에 집중, 대북(對北)제재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조선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방문했다. 방문 시점은 8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농장 곳곳을 돌아보며 “농업과학연구부문에 대한 인적ㆍ물적 지원 강화”, “불리한 환경과 병해충에 잘 견디는 농작물 육종”, “생산량 높일 수 있는 영농방법 연구” 등을 당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우량 품종들을 더 많이 육종 개발함으로써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푸는 데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태풍과 가뭄으로 북한의 올해 농작물 수확량이 최근 5년 새 가장 저조할 것으로 예상(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 추산)되는 가운데, 먹거리 문제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로 막을 내린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당을 따라 우리는 전진 또 전진할 것이다’란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을 강조했다. 신문은 “적대 세력들이 살인적인 제재 압살의 포위 환을 악착하게 둘러치고 질식시켜보려 발악했지만 우리가 7~8년간 끄덕없이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수령님들께서 마련해주신 자립경제의 든든한 토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엄혹한 시련과 환경 속에서도 나라의 발전 면모를 하루빨리 세계적 수준에 올려놓고 끝없는 상승일로를 걷게 하는 최상의 진로는 자력갱생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은 최근 실무협상 결렬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기사를 연이어 실으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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