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앞두고 잇단 ‘인권’ 카드로 압박
미국이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 소수민족 억압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먹구름이 드리워진 무역 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카드로 압박해 우위를 점하고 결렬될 경우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이 같은 제한 조치를 밝히면서 “미국행 비자 발급 제한이 중국 정부 관리들과 공산당 간부, 그들의 가족에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신장지역에서 (특정) 종교와 문화를 없애기 위해 100만명이 넘는 이슬람인들을 구금하고 감시하는 인권탄압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권보호를 위해 미국은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는 전날 28개 중국 정부기관과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제재 대상에는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을 비롯해 메그비 테크놀로지, 센스타임 그룹 등 중국의 대표적인 얼굴인식ㆍ인공지능(AI) 업체가 대거 포함됐다. 첨단 기술이 이슬람 소수민족 탄압에 악용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 업체로부터 부품 등을 구입하려면 미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10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이처럼 미국이 공세수위를 높였지만,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전형적인 협상 전략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마지화(馬繼華) 다오징컨설팅 애널리스트는 9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협상과 제재를 동시에 활용한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숨기고 중국의 기술적 우위를 억누르려는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가오링윈(高雲)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신장지역 인권문제를 핑계 삼아 반중 정서를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경제ㆍ무역분야에서 더 많은 카드를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중국 상무부도 “명백한 내정 간섭으로 용인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신장지역은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최근 3년간 테러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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