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침체된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 받는 것이 5G의 핵심인 만큼, 이를 가능하게 할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4,480억달러(약 535조9,0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매출 예상치(4,228억달러)보다 5.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슈퍼 호황’을 맞아 역대 최고 매출(4,856억달러)을 기록했지만 올해 수요 둔화로 크게 위축된 세계 반도체 시장이 1년 만에 다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IHS마킷은 반도체 시장의 ‘부활’에 5G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IT 산업을 넘어 사회 모든 분야의 모습을 바꾸게 될 기술인 만큼, 본격적으로 5G가 도입될 내년부터는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 것이다.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이 5G를 품으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자율주행 자동차나 사물인터넷(IoT)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렌 젤리넥 IHS마킷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매번 하락국면 때마다 대규모 수요를 유발하는 기술 혁신이 등장했다”며 “월드와이드웹(WWW)이나 아이폰의 출현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제 5G가 역사적인 혁신의 자리를 물려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속ㆍ대용량 통신이 필요한 만큼 5G 통신에 사용되는 반도체가 LTE에 비해 비싸다는 점도 업계에는 호재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래그십 LTE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5G 모델에 들어가는 반도체 가격이 최대 8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은 5G 도입으로 인한 반도체 추가 수익 규모가 올해 5억4,000만달러(약 6,457억원)에서 내년 59억9,000만달러(약 7조1,628억원)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5G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IHS마킷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일본 업계 1, 2위 이동통신사를 방문해 5G 협력을 논의했고,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달 초엔 인도를 방문해 5G 사업 확장을 모색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올해 잠시 부진했던 반도체 업계도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슈퍼사이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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