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11일 부실 발급 의혹이 제기돼 온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인턴 증명서를 자신은 발급해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 딸에게 인턴 확인서를 내 준 KIST 기술정책연구소의 이광렬 소장에 대해선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조국씨 딸이 부산대에 (입학 지원을 위해) 제출한 문건(인턴 증명서) 양식이 KIST에서 발급한 양식과 동일하냐”는 김성태 한국당(비례) 의원 질의에 “저는 증명서를 발급한 적이 없고, (이 소장이) 개인적으로 이메일로 확인서를 써줬다”고 밝혔다. 조 장관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전형에 2011년 KIST에서 3주간 인턴을 한 증명서를 제출한 반면 연구원 출입기록에는 사흘만 출근한 것으로 돼 있어 부실 인턴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이 소장은 3주 인턴 증명이 잘못 됐다는 점을 인정했냐”고 묻자 이 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조 장관이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딸의 '사흘 출근'과 관련해 “여러 사람과 같이 출입할 때는 출입증 태그를 안 한 적도 있다”는 취지로 내놓은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당시 KIST에는 태그가 없고 방문증 확인만 있었다”며 “1급 보안시설인 KIST를 2주간 출입증이나 방문증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녔다는 것이냐, 위증이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출입증 없이 여러 사람이 KIST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 소장이 초등학교 동창이자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부탁으로 부정을 저질렀을 것이라며 징계를 촉구했다. 감사 초반에 ‘검찰 수사 결과를 확인한 후 이 소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것’이란 취지로 답하던 이 원장은 야당 측의 연이은 비판에 “(징계를) 빠르게 검토하겠다“고 번복했다.
KIST가 조 장관 딸의 이름을 기관 상징 조형물에 올린 사실도 논란이 됐다. 김성태 의원은 질의 도중 서울 성북구 KIST 내에 KIST를 거쳐 간 연구자, 직원 등 2만6,000명의 이름을 새겨 만든 조형물 사진과 함께 이중 조 장관 딸의 이름을 확대해 대형 화면에 띄웠고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사진에 있는 그 조민이 그 조민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이 “아마 맞는 것 같다”고 하자 참석자들 사이 폭소가 터져 나왔다.
김경진 의원은 “저는 조민 교수나 조민 박사, 조민 연구원 등 동명이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질문을 드린 것”이라며 “3~5일간 스쳐 간 인턴이고 증명서도 허위인데, 그런 사람 이름을 올린 게 부끄럽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 원장은 침묵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민 이름만 빼는 건 곤란하다고 본다”며 “특정 기준에 의해 넣었으니 뺄 때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복잡할 것 같으면 그냥 두든, 전부 조사해 기준에 의해 빼든, 조형물 자체를 없애든 고민하라”고 응수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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