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남북한 예선전 협의 과정에서 경기 생중계, 응원단 파견 등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협조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국제 스포츠 행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축구협회는 이달 7일 한국 대표단 초청장을 정부에 전달하면서 남측 취재진 방북 문제에 대해 “(남북) 당국이 협의할 사안”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보내 왔다. 이에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대표팀의 남북 직항로 이용과 응원단 파견, 언론사 취재·중계 등에 대한 북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의 답변은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남북 축구협회 채널, 남북 당국 채널,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한 간접 채널 등 모든 통로를 동원해 다각적으로 노력했으나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이 평양 원정 경기를 치르는 것은 1990년 10월 22일 남북 통일 축구 이후 29년 만이지만, 역사적 경기가 ‘깜깜이 경기’로 치러지게 됐다. 우리 대표팀은 평양까지 약 1시간 걸리는 직항로를 이용하는 대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으로 향했다. 정부는 대표팀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과 정부서울청사의 통일부를 연결하는 상황실을 가동해 경기 내용과 선수단 동향 등을 언론에 공유할 계획이다.
그러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상황실에서 국제전화와 인터넷을 써도 된다는 확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통신 환경을 갖춰 달라는 우리 정부 요구에 ‘잘 알겠다’ 정도의 답변만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이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남한도 다른 국가들하고 동등하게 대우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기장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경기 전 애국가를 연주하는 것까지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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