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3~5℃ 심해 한해성 어종이라 취급 어려워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 생태 연구 착수
경북 울릉군에서 독도새우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천금수산 박종현(48) 대표는 2017년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독도새우가 청와대 만찬에 올라 유명세를 탄 뒤 배를 한 척 더 구입했다. 독도새우는 몸집이 20㎝정도 되면 마리 당 1만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비싸지만, ‘미국 대통령이 먹었다는데 맛이라도 보자’는 관광객들의 호기심 덕분에 2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가게는 문전성시다.
울릉군 등에 따르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독도새우를 산 채로 파는 곳은 울릉도에서도 박 대표 가게 등 3곳에 불과하다. 독도새우는 바다에서 3~5℃의 낮은 수온 층에 서식하고 주변환경에 예민한 탓에 배에 실어 수족관까지 옮기는 것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01년부터 본인 소유의 천금호(9.7톤)를 타고 새우를 잡다 산 채로 장시간 보관하는 자신만의 기술을 터득했다.
박종현 대표는 “울릉도서 경북 포항까지 1톤짜리 활어차를 대형 화물선으로 내보내는데 3~5도의 일정한 수온을 유지해 12시간이 걸려 육지로 나가면 가격이 3배로 뛴다”며 “인기가 높아 강원이나 경북 울진, 포항서도 독도새우를 잡는 배가 많아졌지만 숙련된 어민이라해도 쉽게 다를 수 있는 어종은 아니다”고 말했다.
독도새우는 독도 주변에서 주로 잡히는 심해 새우들을 통칭해 부르는 말로, 크게 가시배새우(닭새우)와 물렁가시붉은새우(꽃새우), 도화새우 세가지 종류다. 청와대 만찬에 오른 독도새우는 도화새우로, 세 종류의 독도새우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고 껍질의 윤기가 반질반질하며 빨간 줄이 선명해 빛깔도 곱다. 활새우로 먹었을 때 식감이 가장 좋고 맛도 제일 달큰하다.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은 2013년 독도새우 중 값이 비싼 꽃새우와 도화새우의 종자생산 연구를 시작, 해마다 5만~10만 마리를 얻어 울릉도와 독도 인근에 방류했다. 2016년에는 두 종류의 새우 종자를 본격 생산하기 위해 ‘한해성 특화품종 연구센터’를 건립했다. 초기에는 꽃새우에 주력했으나 2017년 말 도화새우가 청와대 만찬에 오른 뒤 큰 인기를 얻자 도화새우 어미확보와 기초 번식생태 연구에 돌입했고 종자 생산에도 성공했다.
수산자원연구원은 올 5월 말 도화새우 30만마리를 울릉 앞바다에 방류했다. 동안은 꽃새우를 주로 방류하거나 도화새우와 절반씩 바다에 뿌렸다.
수산자원연구원은 지난해 초 인공수조에서 태어난 어린 도화새우를 20개월째 키우고 있다. 부화 당시에는 수 만 마리에 달했으나 현재 100마리 남짓한 새우만 살아 남았다. 산지에서 암컷을 구입해 연구원이 있는 경북 영덕까지 운반하는 일부터 쉽지 않을 정도로 환경에 예민한 탓이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종자 생산까지 성공시켰지만, 해마다 독도 인근에 방류하는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유동재 경북도 미래양식연구팀장은 “독도새우들은 수온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죽기 때문에 조심히 다뤄야 한다”며 “연구원에서 가장 가까운 경북 울진 후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에 도착해 다시 배를 타고 나가 방류하는데 바다에 뿌리기까지 매 순간 긴장한다”고 말했다.
독도새우 중 도화새우는 태어나 수컷으로 자랐다가 5년째부터 암컷으로 성전환을 한다. 그 뒤 알을 낳고 수정된 알을 8~9개월간 품어야 새끼가 태어난다. 또 태어나 5년 정도는 돼야 상품가치가 높은 20㎝정도 크기로 자란다. 도화새우 한 마리의 일생을 연구하려면 적어도 5년은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박성환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장은 “독도새우는 아직 정확한 생산량조차 파악이 안된 상황이고 수산자원연구원도 연구원 한 명이 도맡을 정도로 인력이나 시설규모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며 “고가의 어종이고 우리 땅 독도에서만 잡히는 어종인 만큼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