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핑계 두 번 결제 유도까지
대학생 김병찬(21)씨는 요즘 분한 마음에 밤잠을 설친다. 스마트폰을 사려던 김씨는 돈 좀 아껴볼까 싶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지다 거액을 사기 당했다. 결제 수수료 문제 때문에 물건값을 두세 번 떼이다 보니 사기 피해금액만 320만원에 달해서다. 김씨는 “안전결제라고 해 마음놓고 돈을 송금했는데 알고 봤더니 결제 사이트 자체가 가짜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중고거래 시장에서 ‘가짜 결제 사이트’로 유도해 돈을 뜯어 내는 신종 거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만 해도 돈만 받고 물건을 안 보내주는 ‘먹튀(먹고 튀기) 사기’가 전부였는데, 사기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중고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기꾼들이 노리는 부분은 ‘안전거래’다. 중고품 거래장터인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는 안전거래를 선호한다. 안전거래는 판매자의 먹튀를 막기 위해 물건을 받은 뒤 ‘구매확정’을 눌러야 물건값이 판매자 계좌에 입금되는 방식이다. 이름 그대로 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신종 사기는 이를 역이용한다.
스마트폰 최신 기종처럼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판다는 글을 올린 뒤,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안전결제를 하자며 인터넷 주소 링크를 보낸다. 하지만 이 링크는 안전결제로 가장한 사기꾼의 계좌다. 피해자가 안전결제인 줄 알고 돈을 지급하면 고스란히 사기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사기꾼은 여기서 한번 더 ‘작업’에 들어간다. 안전거래를 위한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결제가 안됐다며 수수료와 결제금액을 한번 더 내라고 한다. 여기에는 ‘그렇지 않을 경우 이미 낸 돈은 환불이 어렵다’는 협박이 따라붙는다. 일단 결제가 돼야 환불이 된다는 설명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다시 보내면, 그 돈까지 받아 챙기는 것이다. 최근 이런 사기 수법에 걸린 직장인 박모(41)씨는 “가짜 사이트에 게시된 ‘환불 정책’이 너무 감쪽 같아서 계속 돈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피해는 알게 모르게 불어난다. 대학생 김씨만 해도 자기가 돈을 넣은 계좌를 거래사기 방지 사이트 ‘더 치트’에다 검색해보니 피해 사례만 50여건, 피해액만 2,000만원 넘게 나왔다. 이런 범행은 타인 명의로 된 대포통장을 쓰는 거라 숨겨진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사기 거래 대부분은 대포폰 등을 이용하기에 한번 당하면 피해 회복이 어렵다”며 “판매자가 무통장 입금만 요구하는 결제용 인터넷 링크만 보내거나, 전화번호 없이 카카오톡으로만 거래하자 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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