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검찰 떠나…이 변호사 “검찰, 인권 수호자 되려면 직접 수사 안 해야”
지난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 내부 문제점을 폭로했던 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또다시 성폭력 문제와 스폰서 등 검찰 조직 내 문제를 폭로했다.
이 변호사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을 떠난 이유는 대단히 많다”며 “남성 중심문화도 있고, 검사들은 스폰서를 스폰서라고 안하고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내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가정이 있는 부장님이 부산 근무 시절 무용담을 털어놨는데, 나이트클럽 사장한테 외로우니까 편하게 지낼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한 얘기를 했다”며 “미인대회 수상자를 소개시켜줘서 재미있게 놀았고, 부산 지역 유지에게서 호화 요트를 빌려서 통영에 놀러 간 얘기도 했는데 정말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모르겠더라. 제가 그런 곳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또 “어떤 부장님은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 어딘가 전화를 했는데, 그러면 유수한 건설 회사 임원이 (술자리에) 왔다”며 “그 사람 양복에서 지갑을 꺼내 뺏으면 그 지갑은 이제 자기 지갑이 된다”고도 했다. 이어 “지역 변호사들이 술자리, 주연을 베푸는 경우도 많았고 추석이나 설날에 지역 변호사가 돈 봉투를 보내는 건 그 때까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검찰 조직 내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이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담도 털어놨다. 그는 “검사장이 저를 검사장실로 불렀는데, 검사장은 (해당) 검찰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어서 내가 뭐 잘못했나 싶어 주눅이 들었었다”며 “불러서 갔더니 저한테 주말에 등산을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딸이 저와 동갑인데 딸같이 생각돼서 그런다고 했는데, 말이 되냐”며 “마음 같아서는 ‘저는 저희 아버지랑 등산 절대 안 간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게 안 되는 권력관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그 다음엔 검사장 관사 주소를 주면서 관사로 오라고 했다”며 “‘왜냐, 무슨 용건이냐, 여기서 말하면 안 되냐’고 묻는 게 안 되는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에서는 무조건 누가 명령하면 ‘예’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도 어영부영 넘어가니까 세 번째는 일요일에 전화를 걸어 저보고 호텔에 오라고 했다”며 “여기 초밥이 맛있다고 꼭 사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부적절한 행동인 것 같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국민의 인권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수사는 하면 안 된다고 본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특수수사, 직접수사 축소ㆍ폐지도 주장했다.
앞서 2002년 검찰을 떠난 이 변호사는 지난해 자신의 SNS 계정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으로 “죄의 무게를 다는 그들의 저울은 고장 났다. 17세 가출 소녀를 구속하고 자신의 스폰서와 고위공직자의 동생은 봐주던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며 “그들에게 사람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처벌하게 하는 게 옳은지를 아프게 내게 물었다”고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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