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농구 국가대표 슈터 이정현과 유망주 진현민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농구 국가대표 슈터 이정현(32ㆍKCC)은 성실함과 실력을 갖춘 대표적인 선수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382경기 연속 출전을 이어가며 역대 최고 기록인 추승균 전 KCC 감독의 384경기 경신을 눈앞에 뒀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10년간 쉬지 않고 뛰었다. 코트 위 존재감도 상당하다. 현재 대표팀은 이정현 없는 ‘외곽’을 상상할 수 없고, 2016~17시즌 후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KCC로 이적할 당시 역대 최고 연봉(9억2,000만원)을 찍었다. 2018~19시즌 후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이면엔 원치 않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상대 수비의 반칙을 유도하려고 “으악” 소리와 함께 과도한 몸짓을 한다는 이유로 일부 농구 팬들에게 ‘으악새’로 불렸다. KCC 유소년 팀에서 클럽 농구를 하다가 엘리트 선수로 전향한 유망주 진현민(15ㆍ군산중)은 최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이뤄진 우상 이정현과의 첫 만남에서 대뜸 “그 별명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처음부터 날아온 후배의 ‘돌직구’ 질문에 이정현은 “난 그런 별명이 있는지 몰랐는데, 친구들이 알려줘 알게 됐어. 동작이나, 액션이 커서 지어진 거 같아”라고 당혹스러워했다.
올 시즌 한국농구연맹(KBL)은 심판과 팬을 속이는 행위인 페이크 파울(플라핑)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라운드별 플라핑 영상 및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 세 차례 플라핑에 적발된 이정현은 유망주 앞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조언했다. 그는 “동작이 커진 건 프로에 오면서 그렇게 된 거 같아. 신인 때 나도 농구대잔치 세대 선배들에게 많이 당했거든. 그 때는 (파울을 얻어내는) 기술로 평가 받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줄이는 게 맞아. 현민이도 그렇고 어린 선수들은 보고 배우면 안 돼”라고 강조했다. 진현민은 가볍게 던진 질문에 선배의 진심 어린 충고가 이어지자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얼굴엔 괜히 아픈 얘기를 꺼낸 건 아닌가 미안함도 묻어났다.
진현민의 현재 신장은 185㎝다. 키가 꾸준히 크고 있어 성인이 되면 이정현의 키(191㎝)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KCC 유소년 팀에서 뛸 때는 뛰어난 공격력을 발휘해 지난 8월 KBL 유소년클럽 농구대회 중등부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 대회 후 본격적으로 엘리트 선수 길을 택한 그의 고민은 짧은 슛 거리다. 진현민은 “대회 때 경기당 3점슛을 1개씩 넣긴 했지만 아직 감이 없어요. 폼을 교정해보고 하루에 200개 안팎으로 슛 연습을 하는데, 아직 느낌이 안 와요”라고 걱정했다.
이정현은 “그 나이 때는 많이 던져봐야 감을 알 수 있어. 그리고 슛 폼을 잘 익혀야 해. 나도 남들보다 늦은 중 1때 시작해서 오전, 오후, 야간까지 하루에 500개씩은 던졌던 거 같아”라고 답했다. 또 “개인 운동 때 기술을 키우려면 어떤 연습이 효율적인가”라는 진현민의 질문에 “외곽에서 1대1 연습을 많이 하면 좋을 거야. 훈련 상대와 1대1을 할 때 원 드리블 후 공격을 한다든지, 투 드리블 후 공격을 한다든지 제한을 걸고 하면 실전에서도 큰 도움이 될 거야”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진현민이 그리는 농구 선수로서 미래 모습은 이정현의 연속 출전 경기 기록과 태극마크다. 진현민을 지도하는 박상률 군산중 코치는 “이정현처럼 선천적으로 튼튼하다”고 했고, 본인도 “어디가 아파 본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정현은 “그래도 큰 부상을 피하려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보강 운동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나는 꿈이었던 태극마크를 군대 다녀오고 달았는데,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자체만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 현민이는 지금부터 잘해서 내가 해보지 못한 연령별 대표팀에 뽑혀 큰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중에 KCC로 와서 호남 농구를 빛내줘”라고 덕담을 건넸다.
진현민은 “슛도 좋고, 2대2 플레이도 잘하고, 상대 수비가 붙으면 파고 들고, 떨어지면 그대로 쏘는 형을 닮고 싶어요. KGC인삼공사 시절(2016~17시즌) 우승을 확정 짓는 위닝샷을 성공시켰을 때는 보고 소름 돋았어요. 제가 만약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오면 혹시 형이랑 같이 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KCC에서 함께 우승 이뤄요”라고 말했다.
전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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