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말 옮겨둔 채 차 타고 이동했을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말 백마를 타고 백두산 정상에 올랐을까요. 16일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서 백마를 타고 있는 김 위원장의 사진이 여러 장 공개됐는데요, 백마를 탄 김 위원장 주변으로 하얗게 눈이 내린 백두산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사진을 공개하며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시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두산정(山頂)은 백두산 꼭대기를 의미하는 말로, 백두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 부근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장군봉은 해발 2,750m에 이르고 천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시어 새기신 심원한 뜻과 거룩한 자욱”이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말을 타고 백두산 꼭대기로 향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 사진도 여럿 공개했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말을 즐겨 타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8년부터 2001년까지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직접 쓴 수기에서 “김정은이 18세 때, ‘나는 매일 제트스키를 타고 롤러브레이드와 승마를 즐기는데 인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승마를 배웠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위스 유학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고급 스포츠를 즐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 지시로 2013년 평양시에 승마장인 미림승마구락부가 지어진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 위원장이 말을 타고 있는 사진은 이전에도 여러 번 공개된 바 있습니다. 2012년 1월 8일 북한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백마를 타고 있고, 같은 해 11월 20일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하면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 공개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아무리 말을 즐겨 탄다고 해도 실제로 백두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말을 타고 올랐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백두산 인근은 10월부터 겨울이 시작돼 이미 낮 최고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데다 정상 부근은 영하의 기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사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눈까지 내린 상태여서 말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기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고지도자가 그런 모험을 강행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래서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사업 현장을 현지 지도하러 간 김에 첫눈이 내린 백두산까지 차량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올라가다 차에서 내려 말을 타고 있는 사진을 찍지 않았겠냐는 추측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다 백두산을 찾았을 때도 인근 삼지연공항에 내려 차량을 타고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 부근까지 이동했습니다.
백두산에 수 차례 가봤다는 한 탈북민단체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눈이 오지 않았다면 말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눈 때문에 말이 미끄러지는데 누가 말을 타고 백두산 정상에 올라가겠냐”며 “정상에 말을 따로 옮겨 두고 김 위원장은 차를 타고 올라갔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일각에서 합성사진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사진 전문가들은 조작이 아닌 실제 촬영된 사진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