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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서울 빈집정책 컨트롤타워 ‘빈집뱅크처’ “모든 빈집 매입해 도시재생 모델로”

입력
2019.10.23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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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승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 인터뷰 



서울시는 올해를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단순히 낡은 빈집을 탈바꿈시켜 새 집으로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청년 주거난 해소는 물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H공사 내에 빈집 매입부터 활용까지 서울시의 빈집 업무를 전담할 컨트롤타워 ‘빈집뱅크처’를 올 초 신설했다. 우리보다 앞서 빈집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일본의 ‘아키야(空き家ㆍ빈집) 뱅크’를 본뜬 서울형 빈집뱅크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주임무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SH공사에서 서울의 빈집 정책을 포함한 도시재생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정유승(사진) 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을 만났다. 정 본부장은 “최근 3년간 빈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각종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는 만큼 서울 시내 모든 빈집을 매입해 활용하고, 지역을 살리는 도시재생 교두보로 삼겠다”며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따라 SH공사가 선도적으로 빈집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최초로 빈집뱅크처를 신설했는데.

“서울시는 뉴타운ㆍ재개발 사업 출구 전략으로 2012년 이후 약 390개 정도의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이후 해당 지역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빈집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폐가화되고 있다. 각종 사회문제의 온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간 버려진 빈집을 매입해 청년ㆍ신혼부부 임대주택 등으로 정비ㆍ활용해 청년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고, 주거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주거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빈집 1,000호를 매입하고 이를 활용한 임대주택 4,000호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연말까지 400호를 매입한다. 규모와 상관없이 서울 시내 모든 빈집을 사들이는 게 목표다. 빈집 매입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 산재한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중인데 다음달 중 완료된다.”

-매입한 빈집은 어떻게 활용하나.

“청년층 임대주택 공급, 사회주택, 지역재생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및 청년아지트 사업 추진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매입한 빈집을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60㎡ 이하인 과소필지에는 동네밥상이나 동네공부방을 운영하는 지역활동가나 사회적기업을 도시재생기업(CRC)으로 발굴ㆍ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활성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공공 주도가 아닌 민간과 손잡고 도시재생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재생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빈집뱅크처가 하게 될 것이다.”

-서울형 빈집뱅크 플랫폼이란.

“서울형 빈집의 특성을 반영해 서울시 자치구 빈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다양한 공공ㆍ민간수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빈집 정보 제공을 넘어서 단계별로 빈집 중개, 빈집정비계획 및 관련 사업과의 연계, 진단 및 컨설팅 등 대국민 포털시스템으로 확장해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과 지방의 빈집 특성이 있다면.

“지방은 주로 원도심 쇠퇴에 따른 공동화, 쇠퇴 지역 건축물의 노후ㆍ파손, 고령화 등으로 장기간에 걸쳐 집단적, 산발적으로 빈집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서울은 주로 뉴타운ㆍ재개발 해제 과정에서 발생한 빈집이 많고, 단기간에 산발적으로 발생한 빈집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서울의 빈집 정책은 정비구역 해제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자율주택정비사업 등 대안사업과 연계해 마을 재생 측면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이 ‘빈집 쇼크’를 겪었는데.

“일본은 이미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늦은 빈집 정책을 시행해 그 효과가 빈집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일본은 2015년 빈집특별법을 만들고 아키야 뱅크를 설립했다.) 2018년 10월 기준 일본의 빈집은 864만호(전체의 13.6%)로 오히려 2013년(820만호ㆍ13.5%)보다 늘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일본보다 빨리 대책을 마련한 편이다. 그럼에도 빈집이 계속 늘어 방재ㆍ방범, 생활환경, 지역사회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고, 선행 연구 등을 통해 각 지자체별 특성에 맞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부분 있다면

“현재 빈집법에 의한 빈집 정의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단독, 다세대로만 한정돼 빈집 범위가 제한적이다. 근린상가 등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 빈집과 인접한 땅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을 짓거나 소규모 재건축을 통해 인근 지역 환경개선 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빈집법으로 사업을 시행할 때 매입 후 1년간 활용하지 않으면 취득세 50% 감면 혜택이 없어지고, 철거 후 나대지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최소한 공공에서 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조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빈집 정책은 각 지자체가 앞장서고 있다. 중앙정부 역할은.

“정부는 아직까지는 빈집 정비사업을 지자체 주도 사업으로만 인식하고 있어 별도의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형편이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빈집 정비사업이 요원하다. 날로 증가되는 빈집 문제가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 시행과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빈집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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