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숨진 아이돌그룹 에프엑스 출신 설리(본명 최진리ㆍ25)는 연예계 생활 동안 끊임없는 ‘악플’에 시달려 왔다. 이들은 끔찍한 악플을 아무 죄책감도 없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기만족과 연예인에 대한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크다고 본다.
19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인간이 추구하는 심리적 보상에는 칭찬이나 인정 등 긍정적 심리보상과 혼란과 무질서, 두려움 등 부정적 심리보상이 있다. 여기서 악플러들은 부정적 심리보상을 통해 자기만족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는 “현실 세계에서 이런 반사회적 행동은 집단 속에서 제지되지만,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을 통해 무제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플 피해자는 자존감 하락, 불면, 우울에 빠지고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마저 있지만 악플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이 부족하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하지 않는 심리적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설리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과 인내력이 약한 우리사회의 희생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튄다’는 느낌을 주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뛰어난 외모와 부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에 대해 시기심과 상대적 박탈감(혹은 열패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사회처럼 지나치게 도덕적 잣대를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옳다 아니면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해 있다”면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인격모독적인 비난을 함에 따라 피해자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악플을 달아도 익명성으로 인해 쉽게 보복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악플러들에게 공고하게 자리 잡은 것도 문제다. 이 교수는 “자신처럼 특정 연예인을 비난하는 의견이 많아지면 ‘나 하나쯤 더 비난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군중심리가 작동해 무차별적인 악플이 양산된다”고 말했다. 박 전문의는 ”담벼락에 낙서하거나 길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고 다니면 경범죄로 처벌받는 것처럼, 인터넷 세상이라고 다른 기준을 적용할 이유는 없다“며 악플러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