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 출석해 “수사 중 사안” 이유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李총리 사퇴설에
“적어도 12월까지는 일정 변동 없어”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국책연구원장 질타
“꿀 먹은 벙어리냐” 장애인 비하 표현 논란
“전 오늘 이 자리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서 선서를 거부하며, 일체의 증언 역시 거부합니다.”
발언대에 선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의 돌발 선언에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은 술렁였다.
피 전 처장은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지정 특혜 등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나왔지만 증인 선서 직전 발언 기회를 요구하고는 이같이 선서와 증언 거부 뜻을 밝혔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답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그는 “저에 대한 출석 요구서에 손 의원 부친 포상 과정 특혜 의혹과 산하기관장 사퇴 종용 의혹이 질의 요지로 돼있는데, 모두 한국당이 저를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이라고 했다.
피 전 처장은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에 관한 법률 3조 1항도 꺼냈다. ‘자기나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할 우려가 있으면 선거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대동한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야당은 강력히 항의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방적인 증언과 선서 거부는 정당한 국정 수행의 방해행위”라 질타하며 고발 의지를 드러냈다. 피 전 처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던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선거나 증언을 거부한 증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정무위 차원에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피 전 처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상황 수습을 위해 50여분간 국감을 멈춘 뒤 재개했다. 결론은 선서 없이 의원들의 물음에 답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민 위원장은 피 전 처장을 앞에 두고 “국회 권위 존중 차원에서 선서할 것을 여러 차례 독촉했으나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나쁜 선례가 될까봐 유감스럽다”고 했다.
피 전 처장처럼 출석하고서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2013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대선 댓글개입 사건 축소ㆍ은폐와 관련한 국정조사에 증인 출석해 “재판 진행 중”이라며 거부한 적 있다. “덮으려 할수록 국민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다”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논평을 한국당 의원이 고스란히 읽는 광경이 나왔다.
이 국감장에선 이낙연 국무총리 거취 관련 언급도 나왔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이 총리 사퇴 시기를 묻는 김성원ㆍ김종훈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12월까지 일정에 변동이 없다”며 “적어도 연말까지 사퇴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조국 사태 책임을 지고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도 줄이었다.
한편,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국책연구원장들을 향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고 질책하며 “꿀 먹은 벙어리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벙어리’는 장애인 비하 표현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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