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권주구화ᆞ독자권력화 모두 문제
검찰에 대한 시민의 직접 통제만이 해답
'검찰위원회'와 검사장 직선제 고민해야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내 꿈이었지. 한데 김일성 심부름이나 하는 너를 보니 거기 못 간 게 천만다행이다”. 나는 박정희와 김대중이 대결한 1971년 선거에 대학생 참관인단으로 참여해 많은 부정선거를 목도하고 야당을 찾아가 이를 조사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를 거부하라고 촉구하다 구속됐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검찰로 넘겨져 만난 검사의 첫 마디가 김일성 타령이었다. 정의의 상징인 검사이니 만큼 그동안 수사를 맡은 조사관들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경찰과 정보부는 최소한 부정선거 조사 요구를 북한과 연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와 검찰과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검찰개혁이 최대 화두다. 이를 둘러싼 서초동 대 광화문의 대결은 한 고비를 넘겼고, 여의도 대전이라는 제2 라운드가 시작됐다. 검찰이 ‘정치권력의 주구’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는가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 혼란스러운 것은 현재 타깃이 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권력의 주구’였던 지난 세월의 검찰과는 다른 종류라는 사실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소신껏 조사하다가 좌천당한 인물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해 서울중앙지검장을 시켰고 바로 석 달 전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에 앉힌 사람이다. 즉 윤 총장은 최소한 ‘정치 검찰’은 아니다. 그러면 현재의 검찰은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문제는 검찰이 정치권력의 주구가 되지 않는 대신 스스로 권력기관화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주의’에 있다. 여권 지지자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며 서초동에 모인 것은 윤석열의 검찰이 검찰 개혁론자인 조국을 낙마시켜 검찰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검찰 조직 이기주의에서 조국 가족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문제는 어떤 검찰개혁이냐는 것이다. 현재의 검찰개혁은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정치권력의 주구가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권력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 그 핵심은 시민의, 국민의 검찰 통제다. 문제는 검찰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검찰이 독자적 권력이 되지 않도록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선출된 권력에 종속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답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선출된 권력 아니었나? 검찰이 ‘권력의 검찰’이나 ‘자기 권력의 검찰’이 아니라 ‘시민의 검찰’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은 이 핵심적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간 발표된 검찰개혁은 ‘지엽적’이고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한 시민단체가 잘 지적했듯이, 피의자 인권을 고려한 공개소환제 폐지는 언론이 일반인 소환에 관심을 갖지 않으니 그 수혜자는 자연스럽게 재벌, 비리 정치인, 그리고 사회적 분노를 산 흉악범들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제2의 최순실과 우병우, 제2의 이재용은 포토라인에 서는 수모를 피한 채 밀실 수사와 깜깜이 수사를 받는 헤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검찰의 힘을 약화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하느냐가 되어야 한다. 나는 시민대표, 전문가 등으로 ‘검찰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인사 등을 직접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지금처럼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한 공수처를 만든다 해도 ‘정치 검찰’의 위험은 상존한다. 따라서 시민들이, 국민들이 직접 검찰인사권을 가지게 해야 한다. 지방검찰의 경우 외국처럼 검사장을 직접 주민이 뽑도록 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구체적인 제도가 무엇이든, 검찰개혁의 기본 방향은 시민이 직접 검찰을 통제하는 시민통제로 가야 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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