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립 유치원 비리ㆍ공공기관 채용 부정 등 파헤쳤지만
올해는 정쟁에 막말ㆍ고성만… ‘국감 스타’커녕 불명예로 끝날 듯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조국 블랙홀’에 빠지면서 정책 이슈나 국감 스타 없는 ‘맹탕 국감’으로 종료될 위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가 ‘유치원 3법 발의’로 이어지고 자유한국당의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폭로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 발족 계기가 된 것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국감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 감시해야 할 여야는 오히려 ‘조국 이슈’를 놓고 서로를 물어뜯기에 바빴다.
조국 이슈로 인한 파행은 감사 첫날(2일) 이후 줄곧 계속됐다. 문화체육관광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 발급 의혹을 받는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의 아내인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한국당 요구를 민주당 소속 안민석 위원장이 거부하자 25분 만에 파행됐다. 14일 법사위에서 여야는 조 전 장관 동생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영장전담 판사의 증인 채택을 놓고 또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당이 교육위, 문체위 등에서 조 전 장관 자녀 특혜 공세를 펴면 민주당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자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 사이에 낀 피감기관은 적절하게 줄타기 하며 답변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구태도 반복됐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자당 의원들이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함부로 손댈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여 위원장은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수사외압’이라고 항의하자 “웃기고 앉았네 정말. X신 같은 게”라고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행정안전위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같이 탄핵됐어야 할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발끈해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야, 너 뭐라고 얘기했어”라며 고성을 질렀다. 보건복지위에선 김승희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치매 초기 증상’을 거론하면서 여야가 격돌했다.
국감 이슈를 주도할 정책이 실종된 탓에 국감장에 등장한 떡볶이와 리얼돌(여성 신체를 본떠서 만든 성인용품)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 ‘국대떡볶이’를 들고나와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공산주의자라고 했다가 가루가 될 처지”라고 지적했고,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리얼돌 산업화’를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1일 법사위, 교육위, 정무위 등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주요 상임위 국감이 마무리되지만 여야가 애초에 ‘조국 대전’을 콘셉트로 잡고 국감을 준비한 탓에 별다른 반전은 없을 전망이다. 특히 다음 달 1일 대통령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야당이 노영민 비서실장을 상대로 ‘조국 사태 문책론’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국감은 마지막까지 ‘조국 대전’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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