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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임원이 뇌물 제공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은 건설사가 그에 상응하는 행정 제재를 받지 않은 채 대규모 공공 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드러나 뇌물수수 건설사 제재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일부 건설 관련법은 뇌물수수에 대한 제재 근거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범법행위를 한 건설사가 공사 계약을 따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조달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건설사는 2017년 말 공사비용 3,600억원 규모의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 낙찰예정자로 선정된 계룡건설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계룡건설 임원 A씨는 2010년 부산대병원 공사 입찰과 관련해 조달청 심사위원에게 뇌물 2,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4년 대법원은 뇌물을 주고 받은 두 사람에게 형사 처벌을 확정했다. 김 의원은 “뇌물수수 건설사는 국가계약법,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등에 따라 최대 2년간 공공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며, 당시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에 근거하면 영업정지(2~8개월) 처분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사 당사자였던 부산대병원은 2018년 1월 공운법을 근거로 계룡건설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조달청은 계룡건설의 등록 관청인 대전시에 이 회사가 영업정지 대상이라는 점을 통보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제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달청은 이에 대해 “해당 건은 건산법상 영업정지 통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건산법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김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국가기관(조달청)은 건설사의 법령 위반 사실을 등록 관청에 통보해야 하고 등록 관청이 청문 등의 절차를 통해 처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부산대병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직후 조달청이 신속히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면 한은 별관 공사에 대한 계룡건설의 낙찰예정자 자격이 박탈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3년 6월 개정 건산법 시행에 따라 그 이전에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선 일괄적으로 지난해 6월까지만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건설업종은 뇌물을 주고 받더라도 건설사 등에 제재를 내릴 근거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건설 관련법 중 건산법과 문화재수리법에만 뇌물수수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규정이 있고 다른 건설 관련법(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방시설공사업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전력공사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전이 발주한 전기공사를 수주한 업체 중 15곳이 과거 총 2억7,600만원의 뇌물을 제공했다가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이들 모두 전기공사업법에 영업정지 관련 규정이 없어 공사 수주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

지난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당 법률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전기공사업법),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사업법), 소방청(소방시설공사업법)에 뇌물 업체에 대한 제재 근거와 기준을 올해 2월까지 마련하라고 요구했지만, 처리 기한이 8개월이나 지난 지금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들 3개 법에 관련 규정을 담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국가기관이 자의적 해석으로 영업정지 절차를 무력화해서는 안된다”며 “건산법 이외의 공사 관련 법령들도 개정해 공공건설 입찰 전반의 뇌물 범죄를 차단하고 분야별 제재 형평성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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